국가교육회의서 대통령 빠진다는데… 국정동력 ‘상처’ 우려?

입력 2017-08-16 05:01
“문재인 대통령은 막상 판이 벌어지자 뒤로 숨어버렸다.”

문 대통령이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맡지 않고 민간인을 위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계에서 나온 냉정한 평가다. 다음 달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 설립을 약속한 핵심 교육 공약이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 각 부처 장관을 거느리고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교육 난제를 풀어간다는 구상이었다.

교육부가 15일 공개한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운영규정) 제정안을 보면 위원 규모는 의장을 포함해 21명이다. 교육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비서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당연직 위원이 9명이다. 나머지 12명은 민간에서 위촉한다. 대통령이 맡기로 했던 의장도 “대통령이 위촉하는 사람”으로 변경됐다.

문 대통령이 국가교육회의에서 한 발 뺀 이유는 고공행진 중인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유치원부터 고등교육과 취업까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교육 난제들은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예컨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강력 반발하는 식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면 지지율과 국정수행 동력만 떨어지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는 국어 수학 탐구를 뺀 나머지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을 내놨다. 지난 11일 열린 개편안 공청회에서는 비판이 거셌다. 두 방식 모두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사교육비와 학습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었다. 화살은 곧장 문 대통령을 향했다. 한 학부모는 “문 대통령을 찍었지만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는 강력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고교 교사는 “공약대로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고교 교육이 정상화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가 교육 문제를 너무 쉽게 봤다가 해결이 어려우니 시간 끌기를 시도한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일원화 문제도 해결하겠다며 끝장토론을 열었다가 토론 뒤 국정과제에서도 빼버렸다”며 “자사고·외고 문제 등도 국가교육회의에 넘기고는 대통령은 발을 뺐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