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안보,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운전자론 재천명

입력 2017-08-15 18:20 수정 2017-08-15 21:06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위기를 대한민국 주도로 해결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분단은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힘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던 식민지시대가 남긴 불행한 유산”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단언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기조 속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로 활로를 뚫어 북핵 해법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천명해 왔던 ‘남북관계 운전자’론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우리가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운전석에 앉아 이끌어가겠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북·미 간 대결구도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도 우리가 나서서 돌발 상황을 피하고 현 국면으로 대화 또는 협상 쪽으로 연착륙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견인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 북·미, 북·일 간 대화도 촉진됐고 동북아 다자외교도 활발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경우 “미국과 주변 국가들도 도울 것”이라며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에 큰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한국 정부이며, 미국도 우리의 근본적인 대북 정책 기조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는 우리 측이, 북핵 문제는 우리가 포함된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접근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선제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만큼 대북 접근법에 방향 선회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핵 동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시점부터 북핵 6자회담 당사국 간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중국 일본의 역할론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동북아 평화, 경제협력 촉진 기회를 살려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한다”며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역내 안보와 경제협력을 제도화하면서 공동의 책임을 나누는 노력을 함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동북아 주요국 간 협력을 통해 북한 변화도 이끌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