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가서 닭에 ‘살충제 샤워’… 소비자 분통

입력 2017-08-15 17:56 수정 2017-08-15 23:41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의 계란 진열대에 정부의 계란농장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 따른 잠정 판매 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진열대엔 계란 대신 라면 종류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윤성호 기자
‘살충제 계란’ 파문이 국내까지 덮쳤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는 친환경(무항생제) 인증 농장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정부도 사용이 원천 금지된 유독성 살충제가 현장에서 사용되는 동안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 유럽에서 문제가 터져서야 뒷북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 두 곳은 모두 친환경 인증 농장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친환경 계란 인증을 위한 정기 잔류성분 검사 항목에 피프로닐 등 살충제를 포함시켰고 올해부터 검사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수검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 과정에서 피프로닐 성분과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농장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피프로닐은 모든 농장에서 사용이 원천 금지된 독성 물질로, 유럽에서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에서 나왔던 진드기 살충제다.

그나마 친환경 인증 계란은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현장 점검을 받는 등 인증절차를 정례적으로 거치지만 일반 농장은 매년 20% 정도만 샘플링 검사를 받는다. 일반 농장에서는 암암리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이유다. 국내 산란계 농장 1456곳 중 인증 농장은 780곳이다.

정부는 기후변화 등으로 악성 진드기가 극성을 부리고 기존에 허용된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효과가 강한 살충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드기 제거용 스프레이나 가루 형태 살충제를 양계장에 뿌릴 때 닭과 계란을 미리 빼놓지 않아 살충제 성분이 닭 피부나 계란 표면에서 검출됐을 것으로 본다. 먹는 닭, 식용 육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만 “식용 닭은 30일 만에 키워 내보내기 때문에 애초에 진드기가 붙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때문에 살충제 우려도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도 정부가 피프로닐과 같은 유독성 살충제 유통을 사전에 막거나 제대로 농가 교육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이미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유통 중인 계란을 샘플 조사한 결과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됐다며 살충제 관리를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농식품부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도 “지난해부터 일부 국제적 동향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래도 설마 이런 농약을 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기준 설정을 못했다 최근 유럽 쪽에서 문제가 돼 관리하던 중 문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수검사 결과 불합격 농가가 많아질 경우 계란 수급 상황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최대 6개월간 위반 농가로 관리받으며 2주 간격으로 추가 검사를 통해 유독·유해 물질이 완전히 해소돼야 유통이 가능해진다. 이미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공급이 줄어들면서 지난 6월 일일생산량은 평년 대비 83.4%에 그쳤다. 계란 소매가격은 판(30알)당 14일 기준 7595원으로, 평년 대비 2000원가량 높은 상태다.

글=조민영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mym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