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면 사람 된다? 스타 된다!… ‘군대스리가’ 상무의 힘

입력 2017-08-15 18:11 수정 2017-08-15 23:27
상무에서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영수 타격코치가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부산 사직구장 그라운드에 선 모습.
◆군대 가면 끝?… ‘진짜 야구선수’ 된다

이영수 상무 타격코치, 선수별 맞춤지도로 잠재력 키워내


타격왕 김선빈(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내야진의 새로운 희망 하주석, 삼성 라이온즈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김헌곤, 차기 홈런왕을 예약한 한동민(SK 와이번스), 3할 타격감을 뽐내는 이상호(NC 다이노스).

각 팀에서 올 시즌 없어서 안 될 전력인 이들 선수에겐 공통점이 있다. 군 복무를 상무에서 마쳤고 이영수 타격코치를 통해 능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점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선 “이영수 코치가 누구길래 그의 손을 거친 선수들 타격이 이렇게 달라졌느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상무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 앞서 만난 이영수(36) 코치는 프로야구계에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프로 통산 7년 간 1군에서 주전으로 풀타임을 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무명이었다. 하지만 무명선수 출신이 1군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군대에 온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았을까. 이 코치는 “나의 실패를 상무에 온 선수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욱 열정적으로 지도했다”고 말했고 이는 소통의 계기가 됐다. 상무 선배로서 후배들의 심리상태와 문제점을 자세히 파악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선수들 역시 이영수 코치가 형과 같은 리더십을 통해 잃었던 자신감과 잠재력을 불어넣어줬다고 입을 모은다. 올 시즌 타격왕을 노리는 김선빈은 “밀어치는 것에 능하니 당겨 치는 것도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삼성 김헌곤은 “기술적 부분은 물론 멘탈적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며 이 코치를 기억했다. 한화 하주석은 “직접 타격폼을 비디오로 찍어서 지도해주셨고 항상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처음 상무에 오면 이 코치는 타격에서의 장·단점과 심리적 문제 등을 적어 내도록 한다. 이 자료와 개별 면담을 토대로 타격 기술 보완이 필요한 선수와 멘탈적 측면에서 보강해야 할 선수로 나눈다. 이후 개인별 맞춤형 지도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

이 코치는 “하주석과 이상호는 기술적 부족함을 스스로 토로했고 그 부분에 대해 집중 지도했다”며 “한동민과 김헌곤 등은 잘 하려는 부담감에 시달려 기량을 발휘 못한 선수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진단을 마친 뒤 이 코치의 본격적인 지도는 시작된다. 하주석은 방망이 그립부터 시작해 타격폼을 본인 스타일에 맞게 잡아주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상호는 배트를 세워서 쳤는데 배트를 누워서 치는 게 더 적합한 거 같아 바꿔보도록 했다. 리그에서의 강박감 없이 족집게 과외를 들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발전했다.

이 코치는 또 슬럼프에서의 대처방법도 친절히 가르쳤다. “슬럼프가 왔을 때 선수들에게 첫 번째로 멘탈 체크, 두 번째로 몸 상태 체크, 세 번째로 기술을 체크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멘탈이 흔들려 타격이 부진한 것인데 자칫 타격폼을 섣불리 조정하면 슬럼프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코치는 박치왕 상무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코치는 “지금 마음껏 선수지도를 할 수 있는 것도 박 감독께서 ‘네가 한 번 해봐라’라고 믿고 맡겨주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이 코치가 안타까워한 소식은 지난해까지 상무에 몸담았던 한동민의 부상이다. 이 코치는 “제대 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지금 상무 후배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를 준 선수 중 한명이 바로 한동민”이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회복을 기원했다.

이 코치는 “상무에 온 선수들이 내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 역시 상무를 거쳐간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의 지도 방법을 보완하고 있다”며 “군대에서 느꼈던 절실함과 자신감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제2 한동민·임기영’은 나야 나!

상무에서 구슬땀 흘리는 유망주들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 한국프로야구(KBO)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상무 선수들이 맹연습 중이었다. 박치왕 감독은 직접 문상철(26·원 소속팀 kt 위즈)과 황대인(21·KIA 타이거즈)을 불러 공을 던져주며 타격을 지도했다. 추승우 수비코치는 펑고를 날리며 “집중”이라고 외쳤고 선수들은 포구와 송구 등을 반복했다.

이들은 지난 시즌까지 상무에서 구슬땀을 흘린 후 올 시즌 KBO 리그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동민(SK 와이번스)과 임기영(KIA)과 같은 성공 사례를 꿈꾸며 잠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경기가 시작하자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이날 상무 선발 김선기(26)였다. 김선기는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팀의 6대 0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전 김선기는 “포크볼로 삼진을 몇 개나 잡는지 보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김선기는 2009년 미국프로야구(MLB) 시애틀 매리너스에 최지만(뉴욕 양키스)과 함께 입단할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는 끝내 밟지 못하고 돌아왔다. 15일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평균자책점(3.54)과 탈삼진(94개) 분야 3위다. 다음 달 열릴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전체 1순위 지명 후보로 꼽힌다. 김선기는 “상무 소속으로 경기에 꾸준히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제구가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에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임지섭(22)은 퓨처스리그 다승(9승) 및 평균자책점 1위(2.79)에 올라 있다. 임지섭은 “상무에 들어와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부담감을 줄이면서 제구가 좋아졌고 성적도 나오는 것 같다”며 “내년엔 1군에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기와 임지섭은 올 가을 전역한다.

올해 34홈런을 기록, 퓨처스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문상철(kt)은 이날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5타수 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일익을 담당했다. 황대인과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0.361)을 질주 중인 김민혁(22·kt)도 올해 입대 동기인 문상철과 함께 상무의 화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3인방이 간직한 작은 소망은 “군대에서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1군의 희망이 되자”이다. 문상철은 “전역 후에도 (입대 전과) 똑같으면 팬들의 실망이 크지 않겠냐”며 의젓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상무선수들은 오늘 하루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부산=글·사진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