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때리면 한국경제도 함께 타격… “불똥 튈라”

입력 2017-08-16 05: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명령’으로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포하면서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규제가 한국 제품으로 확산될 수 있는 데다 미국의 규제 조치로 중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중국 경제일보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한국과 일본에도 좋을 게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미 통상마찰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보복이 다른 나라 제품으로 번질 수 있다. 중국을 통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우회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산 수입품 규제로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의 제품을 선택할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 제품으로 수입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면 한국의 타격은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80년대 무역적자로 몸살을 앓던 미국은 1985년 무역법인 ‘슈퍼 301조’를 적용해 적자의 40%가량을 차지하던 일본과 엔화의 평가절상에 관한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엔화환율이 달러당 230엔대에서 120엔대로 급락해 엔화가치가 치솟았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수렁에 빠졌다.

이번에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USTR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에 대해 직권 조사에 나서게 되고 결과에 따라 슈퍼 301조에 근거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들어갈 경우 소비 하락으로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