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5년 연속 전쟁 가해(加害)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대신 공물료를 납부했지만, 직접 가지 못한 아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추도식 식사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12년 취임 이후 5년째 추도식에서 전쟁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앞서 그의 전임자들은 “일본이 아시아 국가에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며 가해 책임을 언급했었다.
그와 달리 아키히토 일왕은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왕은 3년째 ‘깊은 반성’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시바야마 마사히코 총재특별보좌관을 야스쿠니 신사에 보내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료를 납부했다. 시바야마는 언론에 “아베 총리가 ‘참배하러 못 가서 죄송하다. 꼭 참배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해 주변국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이후 참배 대신 공물료를 납부하고 있다. 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에 대해 NHK방송 등 일본 언론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강화 필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스쿠니 참배 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63명은 집단 참배했다. 아베 내각 각료로는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 오쿠노 신스케 총무성 부대신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종전기념일에도 의원 60여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들이 침략 전쟁의 역사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내고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아베,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 납부… 5년째 전쟁 ‘가해’ 책임 언급 회피
입력 2017-08-15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