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스크에 힘든데… 증시 또 하나의 폭탄 ‘中 상장사’
입력 2017-08-16 05:00
A씨는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다. 투자한 중국 기업 완리가 KDB산업은행에 2500만 위안(한화 약 41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감사의견에서 ‘거절’을 받고 지난 4월 거래정지가 돼 직접 실사에 나선 것이다. A씨는 “현지에서 3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왜 41억원을 갚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리 측이 상장폐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산업은행을 상대로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추론했다.
2014년 12월 12일 4495원까지 올랐던 완리는 1040원까지 곤두박질친 상태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완리는 한국거래소에 오는 23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내야하고, 이후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받는다.
국내 증권시장의 ‘차이나포비아(중국 공포증)’가 가시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회계 등으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기업도 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진출한 중국기업 중국원양자원은 최근 외부감사인 신한회계법인의 ‘2016회계연도 재감사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 제출한 감사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달 허위공시로 주가 하락을 유도해 부정거래를 한 혐의로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주가는 2014년 12월 1만4150원까지 갔었지만 1000원까지 떨어진 뒤 거래정지 상태로,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두 곳 모두 상장폐지 된다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원양자원에 투자한 2만4319명과 완리에 투자한 1만779명은 투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비단 두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 23곳 가운데 8곳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중국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화장품 원료업체 컬러레이홀딩스는 올해 첫 국내 상장한 중국 기업이지만, 지난달 말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28만주 모집 경쟁률이 0.73대 1에 그쳤다.
상장 주관사인 증권사들이 무분별하게 중국기업 유치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정확한 기업 실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중국 기업은 자금이 필요해 한국에 들어오고, 국내 증권사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을 받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중국 기업이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거래소는 이를 토대로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하는 탓에 부실한 회계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도 상장이 가능한 것이다.
분식회계 등으로 2013년 11월 중국 섬유회사 고섬이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이 2000억원 이상을 날린 ‘고섬 사태’ 이후 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먹거리가 부족한 중소형사 중심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중국 기업공개(IPO) 영업에 뛰어들어 차이나포비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