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충제 계란이라니 정부는 그동안 뭐했나

입력 2017-08-15 17:44 수정 2017-08-15 21:26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사상 처음으로 15일 계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날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가와 경기도 광주시의 또 다른 농가에서 각각 벼룩과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데 쓰이는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되고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키고, 산란계를 사육하는 모든 농장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검사를 하기로 했다. 16일부터는 평상시 계란 유통량의 25%를 유통시키기로 했다. 밥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계란조차 불안해서 먹을 수 없다니 참담하다.

피프로닐은 맹독성 물질로 사람에게 두통이나 감각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실지는 의문이다. 위험성에 비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금물이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유통된 계란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대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식용 목적의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는 피프로닐이 수입 계란도 아니고 국내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농가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먹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유해한 살충제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양주 농장주는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사용했다”고 했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이번에 적발된 두 곳 농가가 모두 친환경 인증농가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고도 친환경 인증을 받는다면 소비자들이 불안해서 먹거리를 사먹을 수 있겠는가. 친환경 인증 기준을 더 강화하고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연맹은 지난 4월 양계농가의 61%가 닭 진드기 감염과 관련해 농약을 사용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당국에 치밀한 관리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내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방심하다 결국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 정부는 뒤늦게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농가 대상 전수조사와 예방교육에 나서겠다고 했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계란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겨울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컸다. 추석 성수기를 한 달여 앞두고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값이 더 뛸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계란 수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