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와중에 사드 철회하라는 反美 단체들

입력 2017-08-15 17:43
일제의 잔혹한 35년의 폭압에서 벗어난 지 어언 72년이 지났다. 일제 식민 지배의 두 배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한반도에는 불안과 우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북·미 간 전쟁 위기 등 풍전등화(風前燈火) 그 자체다.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이 위기를 극복해도 모자랄 엄중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데도 진보와 보수 단체의 갈등 양상이 서울 한복판에서 또다시 벌어졌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200여 진보시민단체로 구성된 8·15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이하 평화행동)는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드 배치 철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한·일 군사협정 철회 등을 요구했다. 집회 후에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지나 주한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드 배치 찬성을 외치며 대학로에서 대한문까지 행진한 보수 단체와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진보단체들은 당초 두 대사관을 인간 띠로 에워싸고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법원의 불허로 무산됐다. 지난 6월에는 민노총 등 수십 개 단체가 인간 띠를 만들어 미국 대사관을 둘러싸기도 했다. 이번에 일본대사관까지 범위를 넓힌 셈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사드 배치 철회는 북한이 간절히 바라는 바다. 특히 3국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대사관 앞에까지 가서 시위를 벌이는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온당치 않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국가관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복절에 드러난 남남 갈등은 김정은이 노리는 것이다. 북한이 긴장을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혼란을 야기해 남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그럴수록 뭉쳐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강력 규탄하고 김정은정권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안보위기 앞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