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 한국프로야구(KBO)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상무 선수들이 맹연습 중이었다. 박치왕 감독은 직접 문상철(26·원 소속팀 kt 위즈)과 황대인(21·KIA 타이거즈)을 불러 공을 던져주며 타격을 지도했다. 추승우 수비코치는 펑고를 날리며 “집중”이라고 외쳤고 선수들은 포구와 송구 등을 반복했다.
이들은 지난 시즌까지 상무에서 구슬땀을 흘린 후 올 시즌 KBO 리그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동민(SK 와이번스)과 임기영(KIA)과 같은 성공 사례를 꿈꾸며 잠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경기가 시작하자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이날 상무 선발 김선기(26)였다. 김선기는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팀의 6대 0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전 김선기는 “포크볼로 삼진을 몇 개나 잡는지 보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김선기는 2009년 미국프로야구(MLB) 시애틀 매리너스에 최지만(뉴욕 양키스)과 함께 입단할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는 끝내 밟지 못하고 돌아왔다. 15일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평균자책점(3.54)과 탈삼진(94개) 분야 3위다. 다음 달 열릴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전체 1순위 지명 후보로 꼽힌다. 김선기는 “상무 소속으로 경기에 꾸준히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제구가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에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임지섭(22)은 퓨처스리그 다승(9승) 및 평균자책점 1위(2.79)에 올라 있다. 임지섭은 “상무에 들어와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부담감을 줄이면서 제구가 좋아졌고 성적도 나오는 것 같다”며 “내년엔 1군에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기와 임지섭은 올 가을 전역한다.
올해 34홈런을 기록, 퓨처스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문상철(kt)은 이날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5타수 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일익을 담당했다. 황대인과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0.361)을 질주 중인 김민혁(22·kt)도 올해 입대 동기인 문상철과 함께 상무의 화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3인방이 간직한 작은 소망은 “군대에서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1군의 희망이 되자”이다. 문상철은 “전역 후에도 (입대 전과) 똑같으면 팬들의 실망이 크지 않겠냐”며 의젓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상무선수들은 오늘 하루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이상헌 기자
‘제2 한동민·임기영’은 나야 나!
입력 2017-08-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