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노인·장애인 위한 곳… 교회의 섬김정신 구현

입력 2017-08-16 00:00
독일 바이에른주 노이엔데텔사우의 풍경.
노인들이 요양원 테라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미션 아이네벨트 본부에 있는 선교사 파송 현황 세계지도. 한반도에는 미션 아이네벨트 본부가 파송한 이말테 목사의 사진이 붙어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서 기차로 30분을 달려 노이엔데텔사우에 도착하자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구 7500여명의 노이엔데텔사우는 마을 전체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곳으로 독일에서 베델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디아코니아 마을이다. 디아코니아는 ‘봉사’를 뜻하는 헬라어로 교회의 자선과 구제를 의미한다.

이곳 주민 3분의 2는 디아코니아에 종사하거나 혜택을 받고 있다. 디아코니아라는 거대한 우산 아래 요양원과 병원 장애인 시설 등이 함께 있는 셈이다. 마을 안에 위치한 아우구스타나 신학대학에서 디아코니아를 주제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기독교한국루터회 김동진 목사와 함께 노이엔데텔사우의 요양시설들을 둘러봤다.

오후 1시 요양원에 들어서자 댄스와 컴퓨터 등을 배우는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몇몇 노인은 분수가 바라보이는 넓은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셨다.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1인실과 의료시설 등도 있으니 노년을 편히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의 실버타운과 같은 이곳은 시설마다 차이는 있으나 장기요양보험과 정부 지원 등으로 본인이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정부가 과세에 동의한 시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종교세 등이 디아코니아 예산의 90%를 책임진다.

오후 2시에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작업장을 찾았다. 넓고 깨끗한 작업장에서 폭스바겐 자동차 부품과 모빌 등 수공예품이 만들어져 전국 각지로 판매된다. 수입은 식료품을 사거나 취미를 즐기는 데 쓰인다. 골프 수영 요트 축구 탁구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마을 안에 있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300여명이지만 이들을 돕는 직원은 400여명으로 더 많다. 김 목사는 “오전 7시 출근한 직원들은 오후 1시면 모두 퇴근한다”며 “직원들이 피곤을 느끼지 않아야 돌봄의 질이 높아지기에 직원 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이엔데텔사우에는 루터교 이말테 목사를 한국으로 파송한 선교기관인 미션 아이네벨트 본부가 있다. 오후 3시 본부 현관에 들어서자 세계 각지로 파송한 선교사들의 얼굴 사진이 붙은 지도가 보였다. 한국루터회는 미국루터회로부터 시작됐지만 미국으로 선교사를 처음 파송한 곳은 이곳이다.

김 목사의 유학은 김철환 한국루터회 총회장과 파울 슈타이너 미션 아이네벨트 목사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김 목사 외에도 케냐 등 여러 나라서 유학 온 젊은 목사가 많았다. 학비와 가족을 위한 숙박시설 등이 무료다.

1848년 요한 힌리히 비헤른 목사가 마르크스주의에 맞서 약자와 빈민을 치유하는 디아코니아를 창시했다면 같은 해 태어난 빌헬름 뢰헤 목사는 이를 교회 안에서 성장시켰다. 노이엔데텔사우의 루터교회 목사였던 뢰헤 목사는 3월혁명 이후 독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시설을 세웠다.

“한국교회가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을 순수하게 섬기다 보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 목사가 아우구스타나 신학대학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디아코니아를 위해 사역하기로 했다는 그는 “한국 디아코니아 종사자들은 독일에 비하면 각개 전투를 해왔던 셈”이라며 “독일처럼 이들을 하나로 묶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노이엔데텔사우(독일)=글·사진 김동우 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