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페셜] 文정부 100일, 개국공신들 어디에… 문 안에 있거나 문 밖에 있거나

입력 2017-08-16 05:03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개국 공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문 대통령을 돕고 있다. 일부 핵심 측근들은 중앙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실무를 담당했던 주요 인사들은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 지근거리에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물러선 핵심 측근들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에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현 정부 구성에서 한걸음 물러선 인사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가운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일찌감치 2선 후퇴를 공식화했다. 양 전 비서관은 대선 보름 후인 지난 5월 25일 뉴질랜드로 떠났다. 그는 지난달 초 일신상의 이유로 일시 귀국했다가 금명간 다시 떠난다. 북유럽을 거쳐 뉴질랜드로 갈 예정인 양 전 비서관은 측근에게 “당분간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수석은 대선 다음날 동유럽으로 떠났다. 그 역시 ‘비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권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지난달 귀국한 이 전 수석은 부산으로 내려와 두문불출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에서 맹활약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전직 의원들도 있다. 경선과 대선에서 조직분야를 총괄했던 노영민 전 의원은 주중대사로 내정된 뒤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주미대사 등이 확정되지 않아 그의 ‘아그레망’도 미뤄지고 있지만, 노 전 의원은 최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부부 만찬에 참석하는 등 차분히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노 전 의원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14일 “중국 측도 노 전 의원의 부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노 전 의원이 대선 당시 도와준 인사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면서 중국 관련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선 캠프에서부터 상황실을 이끌었던 강기정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광주시장 출마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부터 인재영입을 맡았던 최재성 전 의원은 대선 이후 여당 지도부를 적극 돕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최근 내년 지방선거 공천 룰 개정 등을 논의할 정당발전위원장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최 전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최 전 의원이 사실상 혁신위원장을 맡고 나서 ‘선수’로 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끝까지 문재인정부와 거리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게 이들은 ‘최후의 보루’에 가까운 존재”라며 “당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겠지만, 문재인정부가 어려움에 처할 때는 어떤 형태로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훌륭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측근들이 차라리 공식직함을 갖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임기 후반에는 이들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문그룹은 철벽 보좌

친문 진영 인사들은 정부와 청와대, 여당 등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친문 핵심 의원인 박남춘 최고위원과 전해철 경기도당 위원장은 최근 최고위원직을 교대했다. 박범계 최고위원도 심기준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최고위원회에 합류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원노’(원조 친노무현) 김태년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을, ‘문재인의 입’으로 불린 김경수 의원도 원내 협치 부대표를 맡아 당청 간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다. 3선의 윤호중 홍영표 의원과 초선인 강병원 전재수 황희 의원 등도 당내에서 국정운영을 적극 돕고 있다.

원외 인사들의 전면 배치도 두드러진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백원우 민정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송인배 제1부속실장, 유송화 제2부속실장 등은 모두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신현수 국정원 기조실장도 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2012년 대선 이후 합류한 ‘신 친문’ 인사들도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4년부터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했던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도 신 친문 인사 중 한 명이다.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전략본부장을 맡았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문재인정부 공약 실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던 박광온 의원은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으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마련에 큰 힘을 보탰다.

명암 엇갈린 인사들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국민성장’은 지난해 말부터 굵직한 정책공약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정책공약 대부분을 만들었던 ‘국민성장’ 인사들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국민성장 소장이었던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여러 자리에 하마평이 올랐지만 결국 1기 내각에 참여하지 못했다. 부소장이었던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자진사퇴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이끌었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지명됐으나,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 논란 끝에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선대위에 뒤늦게 합류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야권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고 경제 적폐 청산 선봉에 섰다. 김 위원장과 함께 영입된 ‘박근혜 경제교사’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다. ‘심천회’(문 대통령의 스터디그룹) 초창기 멤버였던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부 장관에 임명됐다.

‘문재인 선대위’의 외교라인도 요직에 이름을 올렸다. 선대위 외교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이끌고 있다. 간사였던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는 최근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에 임명됐다.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문미옥 전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의원직을 물려받았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