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앞두고 불안감 커지는 전세시장

입력 2017-08-15 05:00

8·2 부동산 대책 이후 잠잠해진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매 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전세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0년 42%에 그쳤던 서울의 전세가율은 지난달 72%까지 뛰었다. 전국 평균도 같은 기간 55.5%에서 75.3%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전세금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전세시장은 고공행진을 이어온 매매시장에 비해 그나마 안정적이다. 올해 초부터 7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99% 올랐다. 매매가 상승률(2.25%)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시 전세가율의 경우 올 들어 매달 소폭 하락하면서 큰 변동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넘치는 물량 덕이 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 입주 물량은 각각 7만5000가구와 28만6000가구다. 지난 10년간 서울(6만2000가구)과 수도권(17만5000가구)의 평균 입주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여기에 갭투자가 유행하면서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와 전세금 변동이 크지 않았다.

다만 8·2대책 이후 전세시장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갭투자를 겨냥해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전세금 폭등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15억원이었던 서울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의 전용 84㎡ 전세가는 지난달 17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달부터 이주에 들어간 둔촌 주공(6000여 가구)과 올 하반기 이주를 시작하는 개포주공 1단지(5000여 가구) 등 정비사업지역 주변으로는 벌써 물량이 없어 전세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규제가 심화된 매매시장 대신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 전세금이 올라가면서 이를 노린 갭투자가 오히려 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잇따른 규제에 몸을 사리고 있는 건설사가 주택사업 규모를 축소하면 2018년 말 이후 물량이 급감해 전세난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공급이 줄어든 서울과 달리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가시화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가는 오르고 월세가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거복지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상 전세가격 급등이 발생할 경우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