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이끄시는 하나님, 우리는 입으로 하나의 민족이요 같은 동포라고 말하면서 서로 증오했습니다… 이 땅은 더 큰 위험과 위협 속에 놓였습니다. 주님, 평화를 목말라하는 우리의 간절한 호소를 들어주시옵소서.”
제72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시립대로 전농감리교회에서 드려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예배’에서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낭독한 남북공동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은 지난달 초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총회에서 한국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측 인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올해 광복절을 맞이하는 교계 안팎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한은 물론 주변 열강들 간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의 기쁨을 자축하는 대신 전쟁 억제와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국내외 개신교 단체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통일운동단체인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는 14일 ‘8·15성명서’를 내고 “전쟁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군사 패권주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특사 파견, 조건 없는 민간교류 수용 등을 촉구했다. 앞서 34개 교단 소속 평신도들의 모임인 평신도단체연합과 한국교회연합 등도 각각 광복절 기념 감사예배와 구국 기도회를 개최하며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세계 양대 기독교 연합기구는 평화적인 해법을 강조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울라프 픽세 트베이트 총무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복잡하고 위험하게 꼬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데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면서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의 에브라임 텐데로 총무도 “대화와 이해를 위한 노력은 ‘평화의 하나님’을 마음속 형상으로 두고 있는 모든 이에게 위대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했다.
지난 10일 긴급성명을 낸 미국교회협의회(NCC USA)는 북·미 양국 지도자들의 ‘말 폭탄’ 중단을 촉구했다. NCCUSA는 “양국 지도자들이 내뱉은 적대적 언어들은 단지 엄포를 넘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교회들은 비정부기구를 비롯해 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고조되고 있는 양국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장창일 박재찬 기자 jangci@kmib.co.kr
“위험에 놓인 이 땅에 평화를” 제72주년 광복절, 전쟁 억제 기도 물결
입력 2017-08-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