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판 리쇼어링 정책도 내놔라

입력 2017-08-14 17:35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기업인들과의 호프미팅에서 “기업이 잘 돼야 나라 경제가 잘 된다”고 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의 파격적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정책은 쏟아지지만 기업들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록 하는 당근책은 보이지 않는다.

해외로 나가겠다는 기업들이 자꾸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지금도 다른 나라보다 인건비 부담이 큰데 통상임금에 따른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국내 생산을 줄이고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31일 기아차의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항변을 엄포로만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고임금과 강성노조, 낮은 생산성으로 국내 메리트가 사라진 지 오래다.

섬유업체 경방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광주 면사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했다. 전방도 국내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와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기업들의 해외 탈출 러시가 계속될 경우 국내 산업은 공동화되고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들이나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절실한 이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불러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자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기업들까지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도록 독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기를 살려주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판 리쇼어링 정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