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춤꾼 4명의 옥탑방 공연 ‘바비라떼’ 6년 장수 비결은?

입력 2017-08-15 05:00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전문 무용수들과 관객들이 혼연일체가 돼 춤을 추고 있는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의 한 장면. MCT 제공

여성 4명이 이끄는 작은 무용공연이 6년째 상설로 이어지고 있다. 무용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관객 참여형 감성 치유프로젝트를 표방하며 공연기획사 MCT가 2012년부터 선보인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얘기다.

그 비밀이 궁금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을 찾았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계단을 올라가니 옥상에 ‘옥탑방’을 연상시키는 공연장이 나타난다. 꾸미지 않아 연습실처럼 느껴지는 무대에 방석이 빙 둘러져 있는 소박한 장소.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80여석이 꽉 찼다. 딸의 손을 잡고, 친구와, 혹은 남편과 온 중년여성 관객이 대부분이다.

출연자는 중견 배우 강애심(55), 현대무용가 장은정(53) 김혜숙(49), 한국무용가 최지연(53). 무대도 객석도 모두 중년으로 뒤덮인 공간에서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은 공연 내내 후렴구처럼 되풀이되는 이 노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중년의 감성을 바늘처럼 꼭 찌르는 이 구절에 누구라도 회한이 복받칠 것이다.

배우들이 먼저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다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에 고무된 듯 객석에서도 서로 손을 들어 주저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노련한 배우들은 관객들이 토크에 동참하게 하고 무대로 불러내 춤추게 하고 노래하게 만든다. 관객과 객석이 함께 꾸미는 무대는 1부와 마지막 3부다. 1부의 여세를 몰아 3부에서는 거의 모든 관객이 무대에 나와 혼연일체가 돼 한판의 멋진 난장을 펼친다.

연극인 듯, 노래인 듯, 춤인 듯, 수다인 듯 휘몰아치는 무대에 함께하다보면 어느 순간 관객은 해방감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 받는다. 무대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 만큼 2부에서 출연자들이 펼쳐 보이는 춤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

이 공연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중년여성이 여전히 아름답고 뜨거운 열정을 내뿜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됐다. 제목 ‘바비레따’는 러시아에서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계절을 지칭하는 용어다. 청춘보다 더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중년여성에 바치는 헌사다. 중년을 사무치게 하는 그 무엇이 이 공연에 있다.

옛 직장 동료와 왔다는 조은미(67·서울 중곡동)씨는 “한번 봤던 분이 꼭 보라고 권해 왔다”면서 “(그 땐 몰랐던 걸)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남은 공연은 오는 21, 28일 오후 8시. 감동후불제(공연 관람 후 원하는 만큼 지불)(02-2263-4680).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