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방송인 강호동이 2007년 8월 5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 첫 방송에서 속사포처럼 쏟아낸 오프닝 멘트다. 당시만 해도 이 프로그램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았다. 전작 ‘준비됐어요’의 인기가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준비됐어요는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다 방송 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1박2일도 전작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서서히 눈길을 사로잡더니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고, 결국엔 방송 10주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1박2일의 장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1박2일, 예능의 새 장을 열다
1박2일은 출연진이 1박2일간 우리나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얼개를 띠고 있다. 방송의 트레이드마크는 ‘복불복 게임’. 출연진은 식사 잠자리 등이 내걸린 게임을 벌이는데, 게임의 재미에 출연진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포개지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전성기는 강호동 이수근 김C 이승기 은지원 MC몽 등 6명의 진용이 꾸려진 2007년 연말부터 시작됐다. 첫 회에서 11.3%로 시작한 시청률은 이 시기부터 20%를 넘나들었다. 급기야 2008년엔 30%를 돌파했고, 2010년 3월 7일 방송분의 경우 43.3%까지 치솟았다.
1박2일은 출범 당시 MBC ‘무한도전’의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남성 출연자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는다는 점과 각본에 기대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적 특성이 무한도전과 유사해서였다. 하지만 여행을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와 제작진이 녹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출연진과 대결 구도를 만든 점 등은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화된 요소였다.
김호상 책임프로듀서는 “1박2일 이전에는 출연자가 먹고 놀고 자는 모습을 계속 촬영해 내보내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며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장수 비결은 팀워크 덕분일 것”이라며 “출연진과 제작진이 계속 바뀌긴 했지만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항상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무한도전이 10년 넘게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킨 데 반해 1박2일은 부침이 심한 편이었다. 2011년 프로그램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강호동이 하차하고, 이듬해 나영석 PD나 이우정 작가 같은 제작진까지 떠나면서 프로그램은 위기를 맞았다.
KBS는 2012년 3월 김승우 차태현 성시경 주원 등이 가세한 시즌2를 선보였는데, 평가가 좋지 않았다. 한동안 시즌2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1박2일이 과거의 명성을 얼마간 회복한 건 2013년 12월 시즌3를 선보이면서부터였다.
국민 예능 타이틀, 되찾을 수 있을까
차태현 김종민 김준호 윤시윤 데프콘 정준영 등 6명이 이끄는 1박2일 시즌3는 순항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분만 하더라도 수도권 시청률이 14.0%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 예능’으로 통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 측면에서도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1박2일이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예능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장년 시청자에게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1박2일은 출연진이 시청자와 호흡하면서 따뜻한 감성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라며 “하지만 복불복 게임에만 몰두하는 등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답습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의 견해 역시 비슷했다. 그는 “1박2일의 두 축은 여행과 복불복 게임인데, 언젠가부터 게임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더 이상 1박2일은 ‘뜨거운 예능’이 아니다. 프로그램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신선한 기획을 선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1박2일’로 시작했는데, 10년 ‘장수 예능’으로…
입력 2017-08-14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