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경호] 게릴라 국가 北에 이기려면

입력 2017-08-14 18:37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표현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예방전쟁’ 발언에 북한 전략군사령부는 괌 ‘포위사격’으로 대응했다. 또 총참모부는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의 괌에 대한 위협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에는 괌이 미사일 타격 범위 안에 놓여 있다고 위협했다. 이번에는 괌에서 출동한 미국의 장거리 폭격기들이 북한을 대상으로 한 침략전쟁을 연습하고 있다며 포위사격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의 협박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는 핵 미사일 능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여느 때보다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이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에 사실상 성공했다고 결론지었다.

북한의 두 기관은 유사한 내용의 협박을 했지만 사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전략군사령부는 한·미 동맹의 전략자산이 출동하는 괌을 위협함으로써 앞으로 한·미동맹에 의한 대응을 저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 핵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괌에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시켜 연합훈련을 실시해 왔다. 북한은 ‘죽음의 백조’로 알려진 B-1B의 출격에 심각한 부담을 느껴 왔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괌을 위협해 한·미의 대응을 중지시키려고 하고 있다. 북한이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실시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능력을 활용해 전략폭격기의 출격을 막고 한국과 미국을 길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총참모부의 발언은 맥매스터의 예방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화염과 분노’에 대한 일반적인 응수로 보인다. 총참모부 성명은 예방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벌어질 전면전 양상을 설명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중부지역까지 발생할 피해와 태평양 지역 작전기지까지 피해가 번질 것을 강조했다.

북한의 언술은 호전적이다. 이는 오랫동안 북한이 유지해 온 유격대(게릴라)국가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유격대국가는 척박한 환경가운데서 생존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일사불란하게 동원을 달성하고 외부 상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위협과 대결을 추구하는 국가이다. 일본의 북한 연구자인 와다 하루키에 따르면 북한의 이런 특성은 김일성을 비롯한 만주게릴라 세력이 일제 강점기에 저항을 통해 형성됐다. 북한은 거의 완성된 핵을 손에 넣은 게릴라로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며 향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게릴라식 위협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언어와 행동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게릴라식의 위협에는 냉정한 계산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게릴라들은 근본적으로 전력과 자산이 부족한 조직으로 오히려 전면적인 대결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한·미동맹은 결연한 태도로 북한의 의도를 꺾고 북한이 사용하는 ‘핵강압’이 무용한 것임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과 반대로 괌을 활용하여 북한의 도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만일의 경우 괌으로 날아들 미사일들을 요격할 태세를 갖추고 이전보다 더욱 빈번하게 괌에서 전략자산을 출격시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한국과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실제 미사일이 날아들면 북한의 미사일들을 격추시켜서 북한의 핵미사일이 무용한 자산임을 입증하여야 한다. 혹 그 과정에서 미사일을 놓칠 수도 있으나 이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개선해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게릴라식 위협에 한국과 미국이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가 앞으로 지난하게 전개될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의 대결에서 한·미동맹이 승리할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손경호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