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실수요자 대출 구제책을 내놓았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해 초강력 대출 규제안을 고수하던 당국인데, 3일 이전 계약한 일시적 1가구 2주택 세대에는 기존 집을 2년 이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그대로인 60% 범위에서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서민·실수요자의 연소득 기준도 완화해 부부 합산 기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현실화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후속 금융 규제와 관련해 시중은행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부 지침을 배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핵심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무주택자의 조건에 ‘선의의 실수요자’를 삽입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일정기한 내, 처분 조건부 1주택 세대인 차주는 무주택 세대인 차주와 동일하게 예외를 인정한다”고 명기했다. 여기서 ‘일정기한’은 2년이다. 일반 대출의 경우 1주택 세대가 이사를 위해 새로 신규 대출을 받으면 기존 집을 2년 내에 팔라는 것이고, 집단대출도 소유권 등기 후 2년 이내에 옛 집을 처분하라는 의미다.
다 되는 건 아니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3일 이전에 계약금 납부나 청약신청 등 확실한 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 또 대출 액수가 줄어 계약금을 포기했거나 청약 기회를 상실할 정도의 피해가 우려되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별도로 서울 강남구 등 11개구와 세종시인 투기지역 지정 이전에 중도금 대출을 받은 경우 증액이나 은행 변경 없이 잔금대출로 전환하면 역시 LTV를 60%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투기지역 재지정된 3일 이후 모든 LTV는 40%로 강화돼 적용해 왔다.
서민·실수요자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받아들였다. 당국은 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을 기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생애최초 구입자 역시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소득 인정 범위를 각각 1000만원 상향했다. 이에 따라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가 투기지역에서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LTV 50%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의의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라는 정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8·2 대책 이후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하루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금액은 4116억원으로 대책 발표 전인 1일 3365억원보다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매매는 계약금-중도금-잔금 구조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규제 효과는 2∼3개월 후에야 나타난다”며 “지금은 5∼7월 매매에 대한 후속 대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성규 안규영 기자 mainport@kmib.co.kr
일시적 2주택자 ‘LTV 60%’ 허용… 한발 물러선 당국
입력 2017-08-1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