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 발표에 앞서 “이 대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유통 불공정행위 근절이라는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는 물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 산업·정책적 고려가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3배 이내’로 규정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미국처럼 3배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원장 신분인 그가 권한을 넘어서는 경제·산업정책은 물론 현행 사법체계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유통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한국의 유통산업은 복잡다단하다. 재래시장 소상공인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최첨단 유통채널이 동시에 존재한다. 대규모유통업법 하나의 법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공정위는 가맹거래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형 유통업체의 자율적인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업종별 모범규준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모범규준을 ‘손톱 밑 가시’라는 딱지를 붙여 많이 폐지한 것”이라면서 “모범규준 같은 연성법을 다 없애고 경성법만 적용하면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통산업은 전반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런 특징을 가진 유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정위 소관을 넘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경제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 보호와 권익증진이라는 과제와 함께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반대 과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면서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판사가 손해액을 정하는 현실을 미국처럼 3배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실손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국내 손해배상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공정위 간부회의 때 논의가 된 정도의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3대 전략과 15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시 대형 유통업체 인건비 부담 의무 등 7개 과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국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공정위는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한 과징금 강화, 직권조사 강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3일 “수많은 유통채널 중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면서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대규모기업집단이 상생협력이나 직권조사의 1차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김상조 “이 대책이 불공정 유통 다 해결 못한다” 역설, 왜?
입력 2017-08-13 18:40 수정 2017-08-13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