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민주 유공자 후손에 임대주택 공급

입력 2017-08-13 19:19 수정 2017-08-13 21:41

경남 고성군에서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 허재기(1887∼1969) 선생의 손녀 허성유(66)씨는 2002년 사업에 실패한 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용직 가사 도우미로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몸이 아파 그마저도 한 달에 절반은 쉬어야 했다.

살 곳도 마땅치 않았다. 서울 관악구와 영등포구 일대를 전전하며 뜨내기처럼 살았다.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해도 자식들이 있어 번번이 순번에서 밀렸다.

그러던 허씨는 지난 10일 독립·민주 유공자 후손을 대상으로 조성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보증금 2404만원, 월 임대료 31만3000원에 전용면적 46.95㎡인 훌륭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허씨처럼 형편이 어려운 독립·민주 유공자 후손들이 한 지붕 아래 살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는 서대문독립공원 인근에 공공임대주택 ‘나라사랑채’(사진)를 조성해 14일 오전 입주식을 연다고 13일 밝혔다.

나라사랑채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2015년부터 실시한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자치구가 입주자 특성에 맞는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제출하면 공사가 기존 주택을 매입, 임대주택으로 조성해 공급한다.

서대문구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공원이 위치한 지역 역사성에 맞춰 독립·민주 유공자 후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을 기획했다.

5층짜리 신축건물인 나라사랑채에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김동만 선생의 손자 김성생(77)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 7가구와 4·19, 5·18민주화운동 유공자·후손 7가구 등 14가구가 입주한다. 전용면적 26.95㎡는 월 임대료가 18만6000원이고 가장 규모가 큰 49.12㎡는 32만3000원이다.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이다.

나라사랑채는 입주자들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또 ‘나라사랑채’란 현판, 태극문양과 ‘독립민주’라는 문구를 음각한 담장 등을 통해 건물의 성격을 강조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민주 유공자와 그 가족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독립·민주 유공자와 자손 가운데 어려운 분들에게 앞으로도 더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