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 공략… 한·미 FTA 개정 협상 뚫는다

입력 2017-08-14 05:00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는 미국 측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로 맞대응한다. 한·미 FTA로 양국이 모두 이익을 봤다는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미국의 지역별 효과를 분석해 설득하면서 러스트벨트를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정부 보조금이라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3일 “미국은 주(州)마다 FTA에 대한 입장이 달라 한·미 FTA에 따른 수혜도 주별로 강조해야 한다”며 “특히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 행정부 주장과 달리 FTA 이후 한국에 대한 수출이 더 늘었다”고 했다.

연방 관보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담은 주미대사관 명의의 서한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관련 단체와 각국 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전달한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FTA 발효 이후 미국 주별로 수출 증가율을 분석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5년 전(2007∼2011년)과 5년 후(2012∼2016년)를 비교하면 50개 주 중 40개 주의 대(對)한국 수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중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는 그의 주장과 달리 한·미 FTA 덕을 봤다.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의 대표적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는 1870년대부터 100년간 제조업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 등으로 1970년대 이후 제조업체들이 남부로 이전하고 철강·석탄·방직 등의 침체로 불황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일자리를 빼앗는 ‘잡 킬링’이라 비난하며 러스트벨트 표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5년 동안 50개 주의 대한국 수출이 연평균 19% 증가한 것에 비해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주의 수출은 연평균 45% 증가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도마 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철강협회(AISI)가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다량의 한국산 철강 제품은 한국 정부의 철강 산업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보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거론했다.

AISI는 한국전력 경영진이 한국 정부가 특정 산업을 경제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값싼 전력으로 지원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가 철강업체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미 상무부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한국 정부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 “보조금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며 “이미 2004년부터 철강 제품은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AISI가 FTA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