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에이스 귀환… 고진영 시즌 첫 우승 퍼팅

입력 2017-08-13 18:52 수정 2017-08-13 21:07
고진영이 13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후반기 첫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가진 기자회견 도중 병을 앓고 있는 할어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KLPGA 제공

고진영(22·하이트진로)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후반기 첫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3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654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17언더파로 김해림(28·롯데)을 4타차로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통산 8승째.

고진영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3승씩 거두며 KLPGA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지난해에는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박성현(24·KEB하나은행)을 누르고 KLPGA 대상을 차지하는 기쁨까지 맛봤다.

박성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떠난 올해 KLPGA 투어는 고진영의 세상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런 주위의 기대가 부담감으로 작용했을까.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지난달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고진영은 “이번 시즌 초반에 부담이 컸다. 이런 부담감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플레이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고진영은 자신에게 “상반기에 우승만 없었을 뿐이지 나쁜 플레이는 아니었다”고 계속 되뇌었다.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평정심을 찾았고 결국 부활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전매특허였던 거침없는 샷과 퍼팅을 보여줬다. 전날에는 11∼18번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K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8개홀)을 작성했다.

고진영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좀 늦은 우승”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우승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진영은 특히 투병 중인 할아버지를 위해 경기에 나섰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고진영은 “할아버지께서 올해 초부터 큰 손녀인 나도 기억을 못 하신다”며 “그런데 언뜻 내가 골프했던 것을 기억하셨는지 TV 골프 채널을 보신다. ‘골프 채널 왜 틀었어요’라고 물어봤더니 ‘너 나오잖아’라고 하셨다. 내가 잘 하면 할아버지께서 기억을 하실까 해서 더 열심히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