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신모(67·여)씨는 천식을 앓고 있다. 천식을 악화시키는 오존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올여름에만 관악구가 속한 서울 서남권에는 오존경보가 8번 발령됐지만 신씨는 이를 모른 채 외출해 왔다. 신씨는 13일 “미세먼지는 여기저기서 많이 강조하니까 조심하는데 오존경보가 내려졌다는 이야기는 거의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국내 오존농도는 몇 년째 높아지고 있지만 오존 경보와 예보 체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00년 0.020ppm이었던 연평균 오존농도는 지난해 0.027ppm으로 뛰어올랐다. 오존농도는 일사량이 많고 온도가 높은 5∼8월에 집중적으로 올라가 여름철에는 오존농도가 연평균 농도보다 훨씬 더 높을 때가 많다.
오존농도는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오존물질은 자외선이 질소산화물·휘발성유기화합물과 화학반응을 하면 만들어진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더위와 가뭄이 심하면 오존농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존은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천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관련 질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오존농도가 0.010ppm 증가할 때 천식 입원환자의 사망위험은 3.97%, 심혈관계 입원환자의 사망위험은 4.80% 높아진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오존물질엔 독성이 있어 호흡기 등에 닿으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천식, 만성호흡기폐쇄성 질환, 만성 기관지염 환자는 오존농도가 높은 날 외출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오존경보시스템은 20여년째 그대로다. 현재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일 때, 오존경보는 0.30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이 기준은 1995년 도입돼 1997년부터 시행된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 같은 기준은 오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너무 헐겁다는 지적이 많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201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낮게는 0.030ppm 이상에선 인체가 오존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997년과 2008년에 이어 2015년에도 오존농도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해부터 8시간 평균이 0.071ppm 이상인 경우에는 ‘코드 오렌지(Code Orange)’를 발령하고 있다. 코드 오렌지는 ‘오존에 민감한 집단은 건강 이상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0.086ppm 이상일 때는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해 일반인도 조심토록 했다.
홍보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다. 오존경보는 각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 등에서 발령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대기질 정보 문자 서비스를 신청하면 오존경보를 받아볼 수 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달 기준 6만6000명으로 가입률은 0.53%다. 서울은 가입률이 더 낮다. 지난 9일 기준 2만8000명이 가입해 있어 가입률이 0.28%에 그친다.
오존예보는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서 제공한다. 미세먼지의 경우 예보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오존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외출만 삼가도 피해를 대부분 막을 수 있다”며 “오존농도가 높은 날은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관련 질환자 등이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깜깜이’ 오존 농도… 천식환자·노약자 ‘빨간불’
입력 2017-08-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