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전. 관중들의 시선은 온통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마지막 여정에 가 있었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 퍼지자 각국 대표 주자들은 일제히 바통을 들고 트랙 위를 뛰기 시작했다.
볼트는 자메이카의 마지막인 네 번째 주자로 바통을 넘겨받았다. 볼트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바통을 받았다. 많은 팬이 볼트가 예전처럼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하며 역전 우승을 하는 장면을 기대했다. 그는 출발과 동시에 힘차게 내달리며 경쟁자들을 따라잡으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왼쪽 다리를 절며 트랙 위에 나뒹굴었다.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일어서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야 팀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트랙을 떠났다.
세계선수권 5연패를 노리던 자메이카 계주팀은 볼트의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자메이카 팀 닥터 케빈 존스는 “허벅지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육상계를 호령했던 볼트는 은퇴 무대에서 완주에 실패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정든 트랙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볼트는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겪은 데다 절친한 높이뛰기 선수 저메인 메이슨(영국)의 교통사고 사망이 겹치며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주종목인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5로 동메달만 땄을 뿐 나머지 종목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총 14개의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낸 볼트는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앨리슨 필릭스(미국)가 15개 고지에 올라서면서 최다 메달 보유자 기록도 넘겨줬다.
볼트는 경기 후 트위터를 통해 “내 동료들 고맙습니다.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전합니다(Thank You my pees. Infinite love for my fans)”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구인 기자
‘단거리 황제’ 볼트, 씁쓸한 마지막 질주
입력 2017-08-13 18:54 수정 2017-08-13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