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당대표 경선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대 표밭인 호남지역 지지세가 과거와 달리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호남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反)안철수 기류’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호남지역 한 의원은 11일 “안 전 후보는 대선에서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보조작 사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갑자기 당을 이끌겠다고 출마하니 여론이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호남에서 20% 득표율을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후보의 ‘극중(極中)주의’가 호남 민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경쟁자들은 안 전 후보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탈(脫)호남 노선’을 지향할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이러한 비판을 “당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적 책동”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친안철수계 의원들의 결속력이 느슨해진 상황도 악재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안 전 후보가 거물이고 저와 노선도 유사하지만 고민 끝에 제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안 전 후보를 도왔었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한 후보가 당권을 잡을 확률은 희박하다. 국민의당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당원 24만1287명 중 호남 당원은 12만3747명으로 51.3%를 차지한다. 당내에선 과반 득표를 못할 경우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키로 한 결선투표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안철수 당권 도전 가시밭길
입력 2017-08-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