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스폰서가 아니다?’ 김형준 항소심 집유 석방

입력 2017-08-10 18:36 수정 2017-08-10 21:21
금품 향응을 받고 수사 무마 청탁을 도와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입을 다문 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고교 동창 사업가에게 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형준(47·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6개월 만에 뒤집혔다.

법원은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돈 일부를 뇌물로 보면서도 “두 사람이 30여년간 친구 사이였던 점을 참작했다”며 그를 석방했다. 고위 법조인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아도 친구가 준 돈이라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고질적인 ‘스폰서 관행’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10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검사에게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선고 직후 풀려났다. 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사업가 김모(47)씨도 징역 8개월의 실형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낮아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강남 룸살롱 등에서 김씨에게 향응과 3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2년 수감 중이던 김씨를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실로 불러 초밥을 사준 뒤 인터넷·전화 등을 자유롭게 쓰게 했다. 김씨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들과 식사도 했다. 1심은 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금액 중 2768만원을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뇌물 인정 액수를 절반 이상 줄인 뒤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김 전 부장검사가 계좌로 받은 15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봤다. 두 사람이 문자메시지를 나누며 ‘이자는 필요 없다 친구야’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 금액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향응 액수는 998만원으로 판단하면서 1심과의 차액(270만원)에 대해서도 “금액을 특정할 순 없지만 유죄”라고 했다.

재판부는 “부장검사로서 1000만원 가까운 향응을 받은 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도 “김 전 부장검사와 김씨가 30년 이상 사귄 친구 사이이고, 가까운 친구라는 점이 경계심을 낮추게 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석방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 전 부장검사는 “법원에서 오해와 모함을 걷어내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룸살롱 향응 등에 유죄 판단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혐의를 오해와 모함이라고 항변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해임된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행정법원에서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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