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리스크 커지는데 사드 배치조차 못하는 정부

입력 2017-08-10 18:42 수정 2017-08-10 21:19
국방부가 10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의 전자파·소음 측정 계획을 연기했다. 기상악화 등을 언급했지만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가 주된 원인이다. 이들 단체가 당초 참관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태도를 바꿔 측정을 막자 물러선 것이다. 국방부는 지역 주민, 반대 단체의 협조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반대 단체들은 ‘제2 반미투쟁 전성기’를 여는 각오로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임시 배치마저 요원해지고 있다.

사드 반대 단체의 주된 논리가 ‘유해 전자파’다. 전자파 발생 정도와 유해성 유무를 알기 위해선 현장 조사가 필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전자파는 큰 영향이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의 검증을 위해서도 현장조사가 필요함에도 저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이상이 임시 배치에 찬성하고 있는 점도 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사드 반대 단체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사드 배치 의지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드 갈등을 계속할 만큼 한반도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북한은 ‘화성 12형’ 4발 동시 발사를 통한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발표했다. 8월 중순까지 계획을 완성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일정도 공개했다. ‘8월 중순’은 오는 21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이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 정권의 종말과 파멸을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시사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미 간의 극한 대립이 지속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토록 엄중한 시국에 청와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너무 둔감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 청와대는 북한의 괌 포위사격 계획 발표 직후 “내부 결속용” “한반도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NSC 상임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은 그 흔한 대북 결의안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한국민들의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반도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위기를 과장할 건 없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대비해야 할 책무가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 반대 단체들의 눈치만 보고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북한의 ICBM 개발이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안이한 대북 인식도 버려야 한다. 남북대화를 기초로 한 베를린 구상도 당분간 접는 게 맞다. 이 모든 것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져야만 한반도 위기를 주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