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9일 밝힌 부동산 거래를 통한 세금 탈루 주요 유형의 공통점은 탈루자들의 상당수가 다주택 보유자라는 점이다.
27세 취업준비생 A씨는 이미 3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올 상반기에 서울 강남 반포의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네 번째 집’으로 구입했다. 국세청은 별다른 수입이 없는 A씨가 부동산 구입자금을 고액자산가인 부친으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주부 B씨(45) 역시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데도 2014∼2016년 강남 등지에 아파트 3채를 사들여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조사결과 B씨는 컴퓨터 부품업체 대표인 남편에게서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남편은 일본에 부품을 수출하고 수출대금을 현지에서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누락해 법인세와 소득세도 탈루했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시아버지로부터 전세자금을 받아 강남 대치동에 있는 전세금 15억원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액 전세 세입자도 있었다.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를 통한 세금 탈루 수법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혁신도시에서 고액 프리미엄이 형성된 아파트 분양권을 12차례나 양도해 수 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지만 세액은 400만원만 납부한 사례도 있었다. 청약 당시 경쟁률이 33대 1에 달했고 현재 프리미엄 시세도 4억원인 강남 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하고도 양도차익이 없다고 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이런 세금 탈루 행위를 조장하고 본인도 투기에 나선 부동산 중개업자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부동산중개업자 C씨는 2012∼2016년 강남구 소재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영업하면서 중개수수료를 현금이나 차명계좌로 받아 소득을 누락했다. C씨는 본인 명의로 분양권을 거래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빌라 수십 채를 지어서 판매하고 수억원대 주식과 고급 외제차를 보유하면서 소득을 축소 신고한 주택판매업자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참고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다운계약서 작성은 명백한 세금탈루 라고 경고했다. 다운계약서 등 거짓계약서를 작성하면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등을 충족하더라도 부동산 양도자, 양수자 모두 이를 적용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운계약서를 작성·신고한 양도자는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 40%, 납부 불성실 가산세(연 10.95%)를 포함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취득가액의 5% 이하 과태료도 부과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만 부동산 거래 관련 2001건을 조사해 2672억원을 추징했다”면서 “법원 등기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 구축해놓은 주택소유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분양권 12차례 전매 수억 차익 남기고 세금은 400만원
입력 2017-08-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