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3400만명에 이르는 ‘국민보험’ 실손의료보험은 사라질까.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민간 의료보험인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간 실손보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온 보험업계는 복잡한 심정이다. 일부에선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부는 9일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2022년까지 급여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손보험 수술’을 예고했다. 실손보험이 비급여 진료의 가격 장벽을 낮춰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유발한다는 게 바탕에 깔린 인식이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공사보험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와 여권은 매년 보험료가 뛰는 실손보험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 출신인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실손보험료는 박근혜정부가 보험료 자율화를 추진하면서 최근 3년간 매년 15∼20% 올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3월 보고서를 내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보험사들이 2013년부터 5년간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거둔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일단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보험사에 이익이다. 실손보험에서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 줄어드는 만큼 손해율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안정화하면서 보험료도 자연스럽게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이번 정책은 보험수가가 관리되는 영역을 넓힌다는 측면이 강해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의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그동안 완화돼온 보험료 인상폭 제한규제가 박근혜정부 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면서 “아직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으로 실손보험의 효용이 떨어지면서 구매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보험업계에도 (실손보험을 대체할) 새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숙제가 던져졌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구성될 공사보험 협의체는 실손보험 손해율 산정방식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벌일 예정이다. 정부가 계산한 실손보험 손해율과 업계가 산정한 손해율 사이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공사보험 협의체가 복지부 주관으로 구성되는 데다 업계를 참여시킬 가능성이 적어 사실상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조효석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신호탄… 업계 “일단 지켜보자”
입력 2017-08-09 18:14 수정 2017-08-09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