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르노삼성자동차는 SUV 판매가 154% 증가했고, 한국지엠은 전체 판매가 10%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소형 SUV 트랙스 판매가 90% 늘었다. 쌍용차는 티볼리와 G4 렉스턴을 앞세워 내수를 15% 확대했다.
9일 국내 완성차업체별 판매 실적을 보면 르노삼성차의 SUV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53.5% 늘어난 3017대를 기록했다. 특히 치열해지는 소형 SUV 시장에서 QM3 판매가 1066대에서 1379대로 29.4% 급증했다. 내수 전체 성장률(7.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중형 SUV QM6도 1638대 팔려 라인업 확대 덕을 봤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1일부터 부분변경 모델인 뉴 QM3를 시판함에 따라 판매 증가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2일부터 뉴 QM3 판매 확대를 위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티볼리와 G4 렉스턴이 국내에서 각각 소형·대형 SUV 시장 선두를 지키며 내수 증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SUV 판매가 8237대로 전년 동기(7160대)보다 15.0% 늘면서 내수 전체 판매도 7546대에서 8658대로 14.7% 늘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17일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인 티볼리 아머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2일 G4 렉스턴 7인승 모델을 출시하며 SUV 라인업을 확대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전체 내수 판매가 1만801대로 전년 동기(1만4360대)보다 24.8% 감소했지만 SUV 판매만 1872대에서 1974대로 5.4% 늘었다. 쉐보레 트랙스 판매는 이 기간 675대에서 1282대로 89.9% 늘며 7월 기점으로 올해 내수 누적 1만대를 넘겼다. 이달 회사는 지난 6월 출시한 2018년형 트랙스에 대해 70만원 현금할인과 최대 60개월 할부 혜택을 동시 제공하며 판매 증대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SUV 판매가 내수 전체 증가폭(24.5%)보다 큰 33.2% 늘었다. 코나는 지난 6월 중순 사전계약 시작 후 누적 계약대수가 1만여대를 넘겼지만 지난달 판매는 3017대에 그쳤다.
현대차 측은 “노사 협의 등으로 지난달 2주차부터 생산을 시작한 탓”이라며 “고객 인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이달부터 판매가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내수 판매는 0.9% 감소했지만 국내 SUV 판매만 9.5% 늘었다.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력 차종의 판매가 늘어난 데다 지난달 중순 공식 출시한 스토닉이 1324대 팔리며 판매량을 보탰다.
기아차는 이달 한 달간 티볼리·QM3·트랙스 등 기존 소형 SUV 운전자가 스토닉 시승 후 구매 시 30만원 상당 기프트카드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며 타사 고객 흡수에 나선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판매 부진 자동차업계 ‘믿을 건 SUV’
입력 2017-08-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