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반도 美전략자산 발진기지 겨냥 으름장

입력 2017-08-10 05:00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사용해 태평양상 미군기지 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군사력 사용 위협’에 맞설 실질적인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괌에 대한 위협을 행동으로 옮겨 실제 화성 12형을 괌 인근 공해상으로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괌을 직접 타격하는 게 아니라 포위하듯 주변 해역에 미사일 여러 발을 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미국으로선 큰 위협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9일 “유사시 미군 전력을 한반도에 보내는 기지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시도를 못하도록 막는 ‘거부적 억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괌은 유사시 빠르면 2∼3시간 내 한반도에 도착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1B와 B-2, B-52 등이 배치된 발진기지다.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곳이다. 실제로 북한 전략군의 “괌 포위사격” 성명은 B-1B 편대가 지난 8일 비공개로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한 이후 발표됐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전개되는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왔다.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북한은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스커드-ER 미사일을 발사했다. 5월에는 화성 12형을 발사하면서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와 주요 요격미사일 기지가 있는 알래스카를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성 12형은 최대 사거리가 6000㎞로 발사 각도를 조절하면 괌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5월 14일 발사된 화성 12형은 고각 발사돼 최고고도 2100여㎞, 비행거리 780여㎞를 기록했다.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는 4500∼6000㎞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괌까지는 3500㎞ 정도다. 북한이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할 경우 화성 12형 1발이 아니라 2∼3발을 연속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 12형을 발사한다면 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감안해 필리핀 인근 공해상으로 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괌을 공격하는 것은 요격미사일에 격추될 수 있고 미국이 사실상 전쟁도발 행위로 보고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략군 대변인 성명에서 “탄도로켓들의 발사 방위각에 깊은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방향만 틀어 발사함으로써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괌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북한이 괌 주변 해역에 화성 12형을 여러 발 떨어뜨려 정밀도까지 입증할 수 있다면 미국이 느끼는 위협은 상당히 클 수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은 화성 12형의 개량형이다. 따라서 화성 12형의 정밀도가 커진다면 미 본토 공격의 정밀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미국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만약 화성 12형이 괌 인근 해역에 정확하게 떨어진다면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에 가까이 간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진전과 함께 미사일 위협이 눈앞의 현실이 되는 셈이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