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실수요자, 매수 타이밍 1~2년 늦춰라” ‘8·2’ 이후 투자전략

입력 2017-08-10 05:00 수정 2017-08-10 18:30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투기지역 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무주택자들도 주택 매매 시점을 어떻게 잡을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증권사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금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게 낫다고 권한다. 자금이 부족한 ‘갭투자자’에게는 주택 처분을 추천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주택 매수를 1∼2년 늦추라는 조언이 나왔다.

무주택자들은 내년 하반기 이후 서울 투기지역 내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시기를 노릴 만하다. 내년 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9510가구, 2019년 2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등이 입주한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PB팀장은 9일 “이번에야말로 내년 이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같다”며 “‘더 오르면 어떡할까’ 걱정이 크겠지만 전세 계약을 연장하고 구입을 1∼2년 늦추는 걸 권유한다”고 말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컨설턴트는 “매수자는 시기를 늦추는 게 당연하다”며 “실수요자의 경우 청약 기회가 넓어지는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특별공급 청약 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미분양분에 대해 특별공급 신청자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부동산컨설턴트는 당분간 재건축 시장 주택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8·2 대책의 충격이 자산 규모별로 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승철 컨설턴트는 투기지역 내 다주택자들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다면 임대사업을 추천한다”며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탁규 팀장은 “부동산 자체가 결국 물가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강남불패’ 인식이 있는 자산가들이 물량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때 소득과 지출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겸업이 금지된 직장인은 사업자 등록을 못할 수 있고, 은퇴자는 건강보험료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5억원 이하로 투자한 갭투자자라면 자금 여유가 없어 한층 충격이 클 수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은 주택을 대상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매매가가 오르면 팔아 차익을 얻는 걸 말한다. 매매가 하락 시에 전세금을 감당 못할 위험이 있다. 김재언 수석컨설턴트는 “임대사업을 해도 대응이 어려워 상당히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정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갈 곳 잃은 부동산 투자자금은 어디로 향할까. 이승철 컨설턴트는 “상가 투자 수요가 있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상가건물 지분을 사면 임대소득이 안정적이고 관리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진석 KEB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PB센터 팀장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투자자금이 대기하는 기간이 생길 것”이라며 “금액 단위가 1억∼2억이 넘으면 기대수익률 3∼5% 정도의 채권 매입도 괜찮다”고 했다.

글=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