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더호프 공동체 정신 나누러 왔어요”

입력 2017-08-10 00:00 수정 2017-08-11 10:11
미국 브루더호프의 마크 오커널씨 부부가 지난 7일 서울 강북구 마을찻집 마주이야기에서 공동체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영국 브루더호프에서 생활하는 원마루·아일린씨 부부. 두 사람은 브루더호프의 소식을 한국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브루더호프에서 생활하는 원마루·아일린씨 부부. 두 사람은 브루더호프의 소식을 한국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영혼을 돌보는 과정에서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귐이고 교제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여러분과 이렇게 교제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북구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마크 오커널씨가 찻집을 꽉 채운 사람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오커널씨 부부는 영국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속해있는 한국인 원마루씨, 그의 아내 아일린씨와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브루더호프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4대륙 23개 공동체에서 2700여명이 생활하는 기독교공동체로 ‘형제들의 집’이란 뜻이다. 공동생산 공동소유 등의 원칙을 지키며 급진적인 제자도를 실천하고 있다.

오커널씨는 “브루더호프의 신앙 핵심 내용을 담은 ‘우리의 믿음과 소명’이 한국어로 가장 먼저 번역될 만큼, 우리 공동체는 한국을 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 원마루씨처럼 가족과 생활하는 이들이 적잖고, 또 방문자들 역시 한국인이 가장 많다고 한다. 오커널씨는 “미국, 영국에서처럼 이제 한국에서도 진정한 공동체가 생겨나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은 브루더호프의 장로였던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목사를 추모하고 그의 책 ‘희망이 보이는 자리’(비아토르)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아놀드 목사는 공동체를 이끌면서 1999년부터 ‘폭력의 고리 끊기’란 프로그램을 통해 용서와 화해 운동을 펼쳐왔던 인물이다. 전 세계를 다니며 예수님을 전하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용서와 화해 정신을 전하는 전도사로 살았다.

모임에선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평생에 걸친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목사였던 부친을 북한군에게 잃었지만 이를 용서하고 평생 남북통일운동에 앞장서 살아온 민중신학자다. 한국에서 발간된 아놀드 목사의 책 ‘왜 용서해야 하는가’에 서문을 쓰면서 브루더호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아놀드 목사의 용서 사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의 교정기관에서 평화운동을 펼쳐온 김영식씨는 “가해자의 입장, 진정한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참회와 용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 이 자리를 찾았다”며 “결국 예수님의 사랑만이 진정한 용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대전, 분당 지역에서 한국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14일 경기 포천에서 열리는 ‘한국공동체교회 한마당 잔치’에 참여해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정신을 나누는 것으로 첫 한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