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로부터 독재의 도구로 비판받는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어떤 정부 기관보다 우위에 있는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법령을 가결했다. 이로써 제헌의회가 야당들이 장악했던 기존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초법적 기구로 군림하게 됐다.
델시 로드리게스 제헌의회 의장은 8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령에 따라 기존 의회는 앞으로 제헌의회가 통과시키는 법안들에 관여하는 어떤 조처도 취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제헌의회는 의사당에서 법령을 의결했으며 기존 의회를 장악했던 야당 의원들은 지난 7일부터 의사당 출입을 저지당했다.
야당의 스탈린 곤잘레스 의원은 트위터에 “정부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정치적 대립을 끝내기 위해 제헌의회를 소집했다고 말했지만, 제헌의회는 지난 4일 출범 이후 루이사 오르테가 검찰총장을 해임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강화를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또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대법원은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로 떠오른 차카오시의 라몬 무차초 시장에 대해 징역 15개월 형을 선고하고 그의 해임과 체포를 명령했다. 무차초 시장이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는 것을 봉쇄하지 않았고, 시위대가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무차초는 최근 2주 사이 대법원의 체포명령 대상이 된 4번째 야권 출신 시장이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충돌과 약탈 등으로 최소 12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베네수엘라 제헌의회의 ‘셀프 승격’
입력 2017-08-09 18:21 수정 2017-08-09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