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27일. ‘곰 군단’ OB 베어스(현 두산)는 프로야구(KBO) 정규리그 27경기를 남겨두고 1위 LG 트윈스에 6경기 차로 뒤진 채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까지 LG를 끈질기게 추격했다. 결국 두산은 74승5무47패로 LG(74승4무48패)를 0.5경기 차로 꺾고 극적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롯데 자이언츠를 제치고 최정상에 오르며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두산의 대반전이 22년 만에 재연될 것인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올해 후반기 폭풍 질주를 거듭하며 선두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최근 상승세를 본다면 22년 전과 같은 ‘막판 뒤집기’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곰들의 무서운 기세에 전반기 1, 2위를 차지한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는 매 경기 가슴을 졸이고 있다.
두산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지난해 통합우승을 거두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비시즌 동안 큰 전력누수가 없어 2017 시즌에도 두산의 강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전반기 성적은 42승1무39패(승률 0.519)로 5위에 그쳤다.
두산은 시즌 초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며 완전체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박건우 민병헌 등이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돼 비시즌 훈련량이 부족했고, 체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타선의 집중력이 떨어져 투타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초에는 전력의 핵인 포수 양의지와 간판 외야수 민병헌이 부상으로 동반 이탈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던 두산은 후반기 거짓말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기 20경기에서 16승1무3패(승률 0.842)로 리그 최고 승률을 찍었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에 6대 12로 져 8연승을 마감했지만 2위 NC와의 승차를 1.5경기까지 좁힌 상황이다. 전반기 13경기 차로 벌어졌던 선두 KIA와의 승차도 7경기로 크게 줄었다. 두산은 후반기 타율 0.319(1위), OPS(출루율+장타율) 0.901(1위) 평균자책점 4.01(2위) 등 성적을 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타선의 집중력이 좋아졌다. 양의지와 민병헌이 부상에서 복귀한 데다 류지혁이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류지혁은 타율 0.302를 기록하며 최주환(타율 0.310)과 짝을 이뤄 공포의 테이블세터로 활약 중이다.
가장 물이 오른 타자는 4번 김재환이다. 후반기 들어 대포 13방을 가동하며 홈런 단독 2위(30개)로 도약했다. 이날 김재환은 4경기째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전날 세운 KBO 역대 최다 연속 경기 타점 신기록을 13경기로 늘렸다. 김재환은 타율 0.359(4위) 144안타(1위) 87타점(3위) 등 각종 타격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상대투수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68승을 합작했던 선발투수진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유희관-장원준)’도 위용을 되찾았다. 니퍼트(12승)와 장원준(9승), 유희관(8승)이 제몫을 해주는 가운데 전반기 어깨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보우덴이 복귀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 고민도 줄었다. 전반기 4.82였던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3점대로 낮아졌다. 선발진이 힘을 내면서 김명신 김승회 김강률 이용찬 등의 불펜들도 혹사에서 벗어나 제 컨디션을 찾는 등 선순환을 보이고 있다.
이제 두산은 KIA NC와 함께 우승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NC는 후반기 13승 10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으나 두산의 맹추격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전반기만 해도 가공할 핵타선과 선발의 힘으로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라던 KIA는 후반기 성적이 9승1무8패로 주춤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9일 프로야구 전적>
△한화 12-6 두산 △kt 6-7 롯데
△넥센 1-10 KIA △NC 10-5 SK
△LG 4-7 삼성
[프로야구] ‘웅담 뒷심’ 곰, 뒤집기 재주 넘어볼까
입력 2017-08-09 18:28 수정 2017-08-09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