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을 긴장시킬 정도로 진전됐다는 평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은 미 언론이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보도한 직후 나왔다.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올 들어 두 차례 ICBM급 미사일인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통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탄두 운반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핵탄두 소형화마저 달성됐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DIA 보고서는 북한이 이르면 내년에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 본토를 실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설정하고 있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레드라인)’에 북한이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일각에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다. 최근 대북 군사옵션, 예방전쟁 등 미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강경한 발언이 잇달아 나오는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도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8일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다섯 차례 핵실험을 통한 북한의 기술적 성숙과 (핵탄두) 소형화 실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핵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이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핵탄두의 내폭형 기폭장치를 집중 개발해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고폭실험을 해왔고 1990년대 초반부터는 핵탄두 소형화에 몰두해 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2013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1993년 처음 시험발사한 노동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핵 개발 국가들의 핵탄두 소형화 달성 기간이 2∼7년 걸린 점을 감안하면 북한도 같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사거리 300∼1000㎞인 스커드-B·C·ER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반도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갖춘 것이다. 이어 노동과 무수단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한 650㎏ 수준으로 핵탄두 소형화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ICBM급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핵탄두 무게가 500㎏ 정도로 소형화돼야 한다. DIA 보고서 내용이 맞는다면 북한은 이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형화된 핵탄두가 안전하게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탄두 소형화를 달성했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ICBM의 신뢰도는 낮아진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달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합참은 “DIA 보고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알 수 있다”며 “현재까지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히 근접했지만 완성 단계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통된 평가”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北, 레드라인 이미 넘었다?… 日정부도 “핵탄두 소형화 달성”
입력 2017-08-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