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 불법 투기 탈세 혐의자 뿌리 뽑아라

입력 2017-08-09 18:06
국세청이 9일부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대상은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 곳에서 다운 계약을 했거나 주택 취득자금 편법 증여 의혹이 있는 경우와 다주택 보유자, 불법 중개업자 등 286명이다. 이 숫자는 현재 세무 당국이 주 타깃으로 하는 규모일 뿐 앞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국세청이 부동산 관련 조사에 나선 것은 2005년 노무현정부 ‘8·31 부동산 대책’ 발표 때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가 그만큼 다급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주택 가격을 진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8·2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라는 고강도 카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세청이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하다. 특히 집을 산 자금의 원천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돼 실시되는 자금출처 조사는 거래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금융 추적조사 대상이란 점에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20대 취업준비생이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거나 뚜렷한 소득원이 없으면서 다주택을 보유한 경우 등이 변칙증여 의혹을 받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자금 출처 분석 결과 사업소득 누락 혐의가 있다고 여겨지면 관련 사업체까지 통합조사를 받는다. 한마디로 이번 조사에 걸리면 본인은 물론 가족의 자산과 사업체까지 정밀한 세무 검증을 피할 길이 없게 되는 셈이다.

조세정의 확립 차원에서 이번 조사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정된 자산인 부동산을 매개로 불로소득을 노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 다만 세무조사 권한이 자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탈루소득 추징이 목적이지만 과연 세무조사 과세 요건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겠다.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은 부동산 투기 조사가 건전한 거래까지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이 투기장화되는 것은 막아야 되지만 그렇다고 꽁꽁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 발표 이후 가뜩이나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국세청이 너무 저돌적으로 나서면 시장은 냉각될 수밖에 없다. 투기심리는 철저히 차단하되 시장은 굴러가게 하는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