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위기 더 이상 증폭시키지 말아야

입력 2017-08-09 18:06
미국과 북한이 서로를 향해 무력 사용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양측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정면충돌하면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등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진짜로 전쟁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한은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협을 멈추지 않는다면 북한을 초토화시켜버리겠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공격을 암시한 것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미국 관리들 입에서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처럼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대놓고 쓴 적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 정보당국 보고서가 보도된 뒤 나온 것이다. 사실이라면 동북아 안보지형은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본토가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간 것으로 판명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가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맞서 북한은 9일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경고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탄도로켓 ‘화성 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작전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면전 위협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조성된 데에는 두 나라 지도자의 성격에서 기인한 측면도 크다. 이복형과 고모부 등을 살해한 김정은의 포악한 성정은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 내에서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둘 다 불안정하고 예측이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가진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두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거침이 없었다.

북·미는 한반도 위기를 더 이상 증폭시키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상대를 자극해 자칫 오판할 빌미를 제공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 북·미 간에 낀 처지가 된 우리 정부의 역할도 막중하다. 압박과 제재로 김정은의 핵미사일 야욕을 꺾는 것 못지않게 현 위기 국면을 누그러뜨리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