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기영 본부장 임명 철회가 순리다

입력 2017-08-09 18:07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박 교수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 책임을 지고 2006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서 물러났던 장본인이다.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한 해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관장한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을 앉힌 것은 선뜻 납득할 수 없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와 과학계, 공공연구노조까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박 본부장의 이력을 보면 이들의 반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담당 보좌관을 지내면서 ‘황우석 사태’를 키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 본부장은 당시 황우석 연구팀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주도했다. 2004년 황 교수의 국제 학술지 시이언스 논문에 공동 저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논문에 기여할 만한 연구 활동을 하지 않아 대가성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2005년에는 황 교수로부터 배아줄기세포가 오염됐다고 들었지만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황 교수의 연구원 난자 기증 의혹이 드러났을 때도 노 대통령에게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해 혼선을 부추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수 시절에는 자신의 전공과 관계 없는 연구 과제 2건을 수행하며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문제는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는 비판 여론에 대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매우 안이하고 우려스럽다. 측근 인사에게 너무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사건의 핵심 책임자에게 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를 다시 맡길 수 있단 말인가. 비판 강도도 거세지고 있고 여론도 곱지 않다. 임명을 철회하든지 박 본부장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