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공영방송 기득권 내려놓겠다” 방송 독립성 회복 ‘시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가장 심하게,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공영방송"이라며 "무너진 공공성과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해 방송사 지배구조 개편과 편성 중립성 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 등 '정권의 방송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이효성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KBS MBC 등 공영방송 내부에서 격렬한 내부 충돌과 반목이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방송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하고 언론자유가 회복될 수 있도록 이 위원장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관심이 많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어떤 정권에도 좌우되지 않는 불편부당한 방송을 만들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재차 "개인적으로 안면도 없는 분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모신 것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정권교체 이후마다 방송사 사장이 바뀌면서 이른바 '코드인사' 논란이 되풀이돼 왔고, KBS MBC 등 주요 공영방송들은 수년째 내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하지 않을 테니 방송사가 자정 작업을 하라는 취지다. 이 위원장 임명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시스템 정립 작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작업은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배권력의 방송 기득권을 내려놓을 테니 방송사 스스로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장인 강효상 의원은 "참으로 '내로남불' 격인 발언"이라며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영방송 사장 코드인사 임명은 벌써 잊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고위 관계자도 "보수정권 시절에만 공영방송이 무너졌다는 대통령의 편파적 인식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이 위원장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 文검찰총장 “수사심의위 도입” 수사·기소 전횡 ‘스톱’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 같은 과거사의 예로 ‘사법살인’ 비난을 받던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거사를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문 총장은 “꼭 권위주의 정부 시대가 아니더라도 재심을 거쳐 수사기관의 잘못이 지적되고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이러한 사건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과오에 따라 피해를 본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법적 다툼을 자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회가 되는 대로 사건 당사자나 유족을 찾아 사과와 위로를 건네겠다고 약속했다.
문 총장은 “수사와 결정 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는 자세로 ‘투명한 검찰’이 되겠다”며 외부의 검찰권 견제를 자청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들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의 단계마다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적정성을 평가받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의 적법성은 법원에서 판단을 받지만 적정성은 판단 절차가 없었다는 반성에 따른 조치다. 문 총장은 직접 사과한 과거사 관련 기록들을 포함해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범위를 가능한 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의 꽃’으로 불리면서도 검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특별수사 조직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수사의 총량을 줄이자는 데 의견이 집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간 검찰에서 첩보 수집, 동향 파악을 맡던 총장 직속 범죄정보기획관실에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질 전망이다. 문 총장은 “과거 대검찰청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범정기획관실을 보고 ‘검찰이 정보기관이 아닌데 왜 이런 게 운영될까’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수사 의뢰든 고발이든 오는 대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2012년 제18대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찰 공판팀은 이날 TF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자료 협조를 의뢰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언론·검찰 개혁 시동…靑 “방송독립 회복” 檢 “수사·기소 심의”
입력 2017-08-08 21:15 수정 2017-08-08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