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전기사용 1위 기업, 원전 1기 발전량보다 더 쓴다

입력 2017-08-09 05:00

지난해 전기 사용량 1위에 오른 기업은 원자력발전소 1기의 연간 발전량보다 많은 전기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전기 소비의 절반 이상인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면서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정부가 기업에 전력감축 급전을 지시한 것을 두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8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A기업의 전기 사용량은 8047GWh나 됐다.

발전소마다 발전 용량에 차이는 있지만 원전 한 개가 생산하는 발전량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6월 가동을 영구 중단한 고리 1호기의 연간 발전량(5095GWh)을 훌쩍 뛰어넘었다. 2∼4위 기업도 4000GWh 이상 사용했다.

산업부 측은 기업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한국전력공사의 원가손실액을 통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순으로 전력 사용이 많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원가손실액은 전기 생산비용 대비 전기요금을 받지 못해 한전에 발생한 손실액수를 의미한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삼성전자가 4291억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4157억6000만원, 4061억1800만원의 전기요금을 아꼈다.

기업들은 고로를 운영하거나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려면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전기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트라 관계자는 “독일은 폭스바겐이나 BMW 등이 자가발전기 설치를 통해 전기를 자체 생산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굳이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실제 2013년 감사원이 발표한 ‘2010년 각 국가의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에서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했다. 한국이 100이라면 일본 244, 독일 214, 영국 174였다.

특히 정부는 주택용보다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력 판매량 3만9673GWh 중 산업용은 60%에 해당하는 2만3434GWh지만 주택용은 5181GWh로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판매량이 많다 보니 판매 수입도 산업용은 2조7209억원이나 됐지만 주택용은 5282억원이었다. 그러나 GWh당으로 나누면 산업용은 약 8612만원, 주택용은 약 9808만원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최근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지난달 산업부가 전력감축 급전을 지시한 것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급전 지시란 정부가 최대전력을 관리하기 위해 전력 사용이 많은 기업이나 시설에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그 양만큼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부 야당은 탈핵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가 전력 수급량 논란을 막기 위해 전력감축 급전을 지시했다고 비판했지만 산업부는 지난달 12일과 21일 각각 450여개 기업에 3시간, 2500여개 기업에 4시간 급전 지시를 내려 전력 수요에 여유가 생겼다고 반박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