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검찰총장 “수사심의위 도입” 수사·기소 전횡 ‘스톱’

입력 2017-08-08 18:21 수정 2017-08-08 23:14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서영희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 같은 과거사의 예로 ‘사법살인’ 비난을 받던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거사를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문 총장은 “꼭 권위주의 정부 시대가 아니더라도 재심을 거쳐 수사기관의 잘못이 지적되고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이러한 사건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과오에 따라 피해를 본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법적 다툼을 자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회가 되는 대로 사건 당사자나 유족을 찾아 사과와 위로를 건네겠다고 약속했다.

문 총장은 “수사와 결정 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는 자세로 ‘투명한 검찰’이 되겠다”며 외부의 검찰권 견제를 자청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들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의 단계마다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적정성을 평가받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의 적법성은 법원에서 판단을 받지만 적정성은 판단 절차가 없었다는 반성에 따른 조치다. 문 총장은 직접 사과한 과거사 관련 기록들을 포함해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범위를 가능한 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의 꽃’으로 불리면서도 검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특별수사 조직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수사의 총량을 줄이자는 데 의견이 집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간 검찰에서 첩보 수집, 동향 파악을 맡던 총장 직속 범죄정보기획관실에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질 전망이다. 문 총장은 “과거 대검찰청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범정기획관실을 보고 ‘검찰이 정보기관이 아닌데 왜 이런 게 운영될까’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수사 의뢰든 고발이든 오는 대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2012년 제18대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찰 공판팀은 이날 TF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자료 협조를 의뢰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