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 같은 과거사의 예로 ‘사법살인’ 비난을 받던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거사를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문 총장은 “꼭 권위주의 정부 시대가 아니더라도 재심을 거쳐 수사기관의 잘못이 지적되고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이러한 사건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과오에 따라 피해를 본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법적 다툼을 자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회가 되는 대로 사건 당사자나 유족을 찾아 사과와 위로를 건네겠다고 약속했다.
문 총장은 “수사와 결정 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는 자세로 ‘투명한 검찰’이 되겠다”며 외부의 검찰권 견제를 자청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들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의 단계마다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적정성을 평가받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의 적법성은 법원에서 판단을 받지만 적정성은 판단 절차가 없었다는 반성에 따른 조치다. 문 총장은 직접 사과한 과거사 관련 기록들을 포함해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범위를 가능한 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의 꽃’으로 불리면서도 검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특별수사 조직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수사의 총량을 줄이자는 데 의견이 집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간 검찰에서 첩보 수집, 동향 파악을 맡던 총장 직속 범죄정보기획관실에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질 전망이다. 문 총장은 “과거 대검찰청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범정기획관실을 보고 ‘검찰이 정보기관이 아닌데 왜 이런 게 운영될까’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수사 의뢰든 고발이든 오는 대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2012년 제18대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찰 공판팀은 이날 TF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자료 협조를 의뢰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文검찰총장 “수사심의위 도입” 수사·기소 전횡 ‘스톱’
입력 2017-08-08 18:21 수정 2017-08-08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