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칼날에 선 檢, 옛 과오부터 사과… 인혁당·약촌오거리 언급

입력 2017-08-08 18:25 수정 2017-08-08 21:19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서영희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검찰의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나타낸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정부 시절 중앙정보부가 두 차례에 걸쳐 일으킨 공안조작 사건이다.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 당시 중정은 유신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국가전복 활동을 지휘했다는 혐의를 씌웠다. 이듬해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한 지 불과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사상 최악의 사법 살해로 일컬어진다. 이때 사형당한 8명은 2007년 재심을 통해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91년 노태우정부의 실정에 항의하며 자살한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단국대 학생이었던 강기훈씨를 기소해 3년간 복역케 한 사건이다. 강씨는 재심을 거쳐 2015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정권 퇴진운동 확산을 차단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좇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씨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24일 1심에서 승소했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법원은 그러나 당시 사건 조작을 주도한 검사들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2000년 발생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 당시 목격자 최모(32)씨가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사건이다. 검찰은 강압적인 수사를 펼친 끝에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당시 15세 소년이던 최씨를 범인으로 몰았다. 최씨는 만기출소하고도 한참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면밀한 수사와 검토로 피의자의 인권도 철저하게 보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2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납북 어부 정규용씨, 2015년 무죄가 선고된 재일동포 김순일씨, 같은 해 무죄 판결을 받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등의 간첩조작 사건도 검찰의 부적정 처리 사건으로 꼽힌다.

문 총장은 수사기관 잘못으로 재심을 거쳐 무죄가 선고된 사건 관계인을 찾아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의 이 같은 전향적인 사과는 처음 있는 일로, 2011년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법원과 경찰은 어느 정도 과거사를 정리했으나 검찰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