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통제 받겠다”… 선제적 ‘셀프개혁안’ 내놓은 檢

입력 2017-08-09 05:00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혁당 재심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로 시작된 문무일 검찰총장의 첫 기자간담회는 검찰의 과오를 인정하고 변화를 다짐하는 반성의 장이었다.

검찰이 꺼리던 외부기관의 수사 적정성 평가를 공언했고, 검찰이 자랑하던 특별수사 조직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언급해온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선 이번에도 선명한 견해를 내보이지 않았다.

문 총장이 8일 도입하겠다고 밝힌 수사심의위원회(가칭)는 검찰의 수사 착수 결정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적정성을 평가할 외부 심의기구다. 지금도 검사의 구속 취소, 구속영장 재청구 등에 의견을 제시하는 같은 이름의 수사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구상이다. 문 총장은 “수사 착수 동기, 수사의 과잉 또는 지체, 수사 방법 등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이러한 부분까지 외부적으로 점검을 받겠다”고 말했다.

밀행성이 중요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부 심의가 적기에 실효성 있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세부적인 점검 방식이 결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심의위원들의 비밀누설 금지 조항 등을 활용하면 단계마다 의미 있는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문 총장은 “병행적으로든 사후적으로든 점검을 받게 하면 수사 종사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과잉 수사나 편파·정치적 수사라는 소리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계속되는 구성원 비리에 대해서도 외부의 통제를 자청했다. 검사가 아닌 사회 원로들로 점검단(가칭)을 꾸려 내부 감찰 기록을 직접 열람케 하고 이들로부터 잘못을 지적받겠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기껏 감찰을 한 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논의가 계속되는 걸 지켜봐 왔다”며 “점검단을 도입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직접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 특별수사의 총량을 줄이는 반면 형사부 근무 경력은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소·고발 송치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보다 인지수사(범죄 단서를 직접 찾아 수사하는 것) 담당 특수부를 선호하며 요직을 좇는 검찰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다. 전날 열린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형사부 근무 경력이 불충분하면 부장급 승진을 제한하는 방안이 의결됐다. 문 총장은 “나도 평검사 시절 절반 이상을 형사부에서 근무했다”며 “기본 책무를 이행하지 않고 지휘자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질문에 “내부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는 이중 삼중의 장치도 과하지 않다”며 검사만을 통해 영장을 청구하는 현행 방식을 에둘러 옹호했다. 그는 “영장 청구를 권한으로 인식하는 검사가 있다면 일대일로 나서서라도 ‘권한이 아닌 책무’임을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