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되는 ‘통합 합의정신’… 한기연 16일 출범도 흔들리나

입력 2017-08-09 00:00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지난달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출범을 약속했지만 합의 정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오는 16일 출범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통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관개정 작업에서 한교연이 기존 대표회장과 전 대표회장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통합조직인 한기연의 지도부를 ‘7·7정관을 기본으로 하되 1000개 교회 이상 교단장으로 구성된 상임회장단을 구성하여 5년간 대표를 추대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교연은 현행 대표회장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직 총회장뿐만 아니라 3년 이내에 총회장을 역임한 인사까지 대표회장에 출마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교연은 또 임원회에 주요 결정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군소교단 총회장은 물론 40여명의 법인이사까지 포함시켜 80∼100명으로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건전한 교단을 이끄는 현직 총회장 중심의 리더십 체제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다.

한교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대표회장을 역임한 인사들로 원로회의를 만들어 대표회장이 원로들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교연 현직 대표회장이 전임 대표회장의 지시를 받았던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또 고집하는 것이다. 교단이 아닌 단체에도 상임공동회장단에 들어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다.

한교연의 이런 행보에 한교총을 이끌고 있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소속 총무들은 “한교연이 현직 교단장 중심의 운영, 교단중심의 연합체라는 합의정신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선 “한교연이 특단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당초 계획대로 한교총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인찬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장은 이에 대해 “과거 한교연은 임원만 150명이었다”면서 “조직의 권력을 일부에만 집중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자리 안배를 통해) 가능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고 협력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교연은 오는 11일 한기연 정관안을 놓고 논의한다. 한교총을 이끄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도 14일 모임을 갖고 한기연 정관안 수용여부를 논의하며 16일 한기연 출범을 결정한다.

교단장회의에 소속된 모 관계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한교총 출범에 브레이크를 걸고 한교연을 설득해 통합을 성사시키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한교총과 한교연의 합의정신이 퇴색되는 현 상황에서 예장통합이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