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합참의장에 정경두(57·공사 30기) 현 공군 참모총장을 내정하는 등 대장급 7명을 교체하는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합참의장에 공군 출신이 내정된 것은 23년 만이다. 해군 출신 국방부 장관과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나란히 군을 이끌게 된 것은 1948년 국군 창군 이래 처음이다.
육군 참모총장에는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인 김용우(56·육사 39기) 중장, 공군 참모총장에는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인 이왕근(56·공사 31기) 중장이 각각 내정됐다. 엄현성(59·해사 35기) 해군 참모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해 임기가 남아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3군단장 김병주(55·육사 40기) 중장이 내정됐다. 최전방 동부전선 방어를 책임지는 1군사령관에는 박종진(60·3사 17기) 현 3군사령부 부사령관이, 서부전선과 수도권 방어를 담당하는 3군사령관에는 김운용(56·육사 40기) 2군단장, 후방지역을 방어하는 제2작전사령관에는 박한기(57·학군 21기) 8군단장이 발탁됐다.
국회 인사청문 대상인 합참의장을 제외한 6명은 9일 문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대장으로 승진한 뒤 취임한다. 국방부는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 안정 속에서 국방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연합·합동작전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실시된 첫 군 인사다. 강력한 국방개혁 의지를 담은 파격 인사가 될 것이라는 예상대로 ‘파격’이 적지 않았다. 합참의장에는 해군 출신인 최윤희 전 의장과 육군 비주류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의장에 이어 공군 출신이 내정됐다. 3차례 연속 비육사 출신 합참의장이 발탁됐다. 이전에는 합참의장이 비육사 출신이어도 국방장관은 육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관도 해군 출신이다. 앞으로 해·공군을 주축으로 국방 운용을 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육군의 경우 서열·기수 등 기존 인사 관행에서 탈피해 출신 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육군 참모총장은 육사 36기에서 39기로 3기수 낮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로 박근혜정부에서 특혜를 누렸던 37기와 38기 대장들은 한꺼번에 군복을 벗게 됐다.
군사령관 3명 가운데 통상 육사 출신 2명과 비육사 출신 1명이 배출되던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비육사 출신이 2명 포진됐다. 육사 출신의 기득권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육군 참모총장에 육사 출신을 앉힌 것은 파격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육사 출신에 대한 지나친 홀대는 국방개혁에 대한 저항을 불러오고 군심(軍心)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중장급 이하 후속 인사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끝나는 다음 달 단행할 예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육군 기득권 깨기… 첫 ‘해군 장관-공군 합참의장’
입력 2017-08-08 18:32 수정 2017-08-08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