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무일 총장의 셀프 개혁안 미덥지 못하다

입력 2017-08-08 17:34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14일 만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지난달 25일 검찰 수장에 오른 뒤 경찰청과 국회 방문 등으로 소통행보를 보인 문 총장은 8일 대검찰청 출입기자단과의 첫 간담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례적으로 TV생중계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파격도 보였다. 그가 강조한 것은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이었다. 이를 위해 사안마다 과감한 외부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얼마나 실효적으로 옮겨질지 지켜볼 일이다.

개혁안의 핵심은 수사심의위원회 도입이다. 문 총장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기소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스스로 수사·기소 전체 과정을 심의 받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변호사, 교수 등 전문성이 있는 외부 인사들이 위원회에 참여해 검찰의 수사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하다. 검찰은 2010년부터 검찰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기소에 관해 외부 의견을 반영해왔지만 검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아 이 제도는 유명무실화됐다. 문 총장은 특별수사 개편 방향에 대해선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히 특별수사에 대해 수사 총량을 줄이자는 데 의견이 집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인혁당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검찰의 잘못된 과거사건 처리에 대해 사과를 했다.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이다.

이번 셀프 개혁안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개혁 대상이 된 검찰이 청와대의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앞서 선수를 친 측면이 있어서다. 개혁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이 근거다. 그는 “지금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지금 단정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 어렵다”는 등으로 피해갔다. 지난달 인사청문회 발언과 대동소이하다. 분명한 개혁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며 국민 다수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이 아닌 국민을 위한, 국민의 신뢰를 받은 검찰총장이 돼야 하는 이유다. 문 총장도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는 총장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 검찰의 기득권을 과감히 더 내려놓고 구성원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문 총장이 앞장서야 한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대한 분명한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검찰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