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는 이재영(21·흥국생명)이 들어왔어야 했다. 소속팀에서 훈련을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
‘배구여제’ 김연경(29·중국 상하이)이 지난 7일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필리핀 라구나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배구계가 어수선하다.
김연경은 사태가 커지자 8일 소속사를 통해 “내 의견은 대표선수의 관리뿐만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설명하는 도중 이재영의 실명이 거론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주먹구구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대한배구협회에 대한 비판이 엉뚱하게 후배 이재영에게로 불똥이 튄데 대한 당황함이 묻어났다.
여자 대표 선수들은 그랑프리 세계대회(7월 7∼31일), 아시아선수권(8월 9∼11일),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9월 5∼10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예선(9월 20∼24일) 등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그랑프리 세계대회를 14명 엔트리 중 12명으로 치렀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도 14명의 엔트리에서 13명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더욱이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로 대회에서는 주축 선수 6∼7명이 계속 뛰는 상황이다. 이러니 애국심으로 헌신하던 선수들도 “혹사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세계 배구 강호들은 그랑프리 세계대회 등을 유망주 발굴의 기회로 삼고 있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주전 멤버를 거의 그대로 차출했다. 세대교체를 외면한 채 성적에만 급급해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한 셈이다.
한 배구계 인사는 “재활 중인 이재영이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부터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도 선수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입바른 소리를 한 김연경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됐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결국 배구협회의 단견과 미숙한 운영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김연경)’와 ‘미래(이재영)’가 상처를 입었다.
김태현 스포츠레저부 기자 taehyun@kmib.co.kr
[현장기자-김태현] 女배구 ‘현재’와 ‘미래’에 상처만 남긴 협회 미숙 운영
입력 2017-08-08 18:59 수정 2017-08-08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