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참사’ 딛고… 다시 그라운드에 선 세 사나이

입력 2017-08-09 05:00
전세기 추락 참사에서 살아남은 브라질 축구 클럽 샤페코엔시 주장 알랑 후스셰우(오른쪽)가 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FC 바르셀로나와 친선경기를 치르기 전 시축자로 나선 수비수 엘리우 잠피에르 네투(가운데), 골키퍼 작송 포우망과 함께 그라운드에 서서 관중의 박수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11월 29일(한국시간) 브라질 축구 클럽 샤페코엔시의 수비수 알랑 후스셰우(28)는 동료들과 함께 전세기에 올라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샤페코엔시는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콜롬비아 클럽 아틀레티코 나시오날과 ‘2016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비행 도중 샤페코엔시 매니저 카두 가우초가 후스셰우에게 앞쪽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 기자들이 뒤쪽에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취한 조치였다. 후스셰우는 골키퍼 작송 포우망(25) 곁으로 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다.

탑승한 승객 77명 중 71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6명 중 샤페코엔시 선수는 3명이었다. 후스셰우와 포우망, 수비수 엘리우 잠피에르 네투(32)가 그들이었다. 후스셰우는 사고로 척추를 다쳐 수술받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매진했다. 그는 “내가 살아남은 이유는 오직 하나님만이 설명할 수 있다. 하나님이 내게 두 번째 인생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스페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사고 후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다.

바르셀로나는 7일(현지시간) 홈구장인 캄프 누에서 ‘2017∼2018 조안 캄페르 트로피(출정식)’를 진행했다. 이번 출정식은 특별했다. 상대가 바로 샤페코엔시였기 때문이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선수는 후스셰우였다. 그는 경기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은 내 축구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나를 지지해주는 모든 이들, 내가 잃은 동료들 그리고 내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뛰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샤페코엔시의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선발 출전해 35분을 뛰었다. 그가 교체돼 나갈 때 캄프 누를 가득 메운 6만5000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로 축하해줬다.

후스셰우가 참사 후 팀 재건에 성공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전설 바비 찰튼의 길을 걸을지도 관심이다. 1958년 2월 6일 맨유는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옛 유고슬라비아)와 유로피언컵 8강 2차전을 치르고 귀국하던 중 경유지인 뮌헨에서 항공기 추락 참사를 당했다. 당시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생존한 찰튼은 그러나 재기불능에 빠진 맨유를 재건했다.

후스셰우와 함께 생존한 포우망, 네투는 사고 부상 여파로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샤페코엔시 유니폼을 입고 시축자로 나섰다. 특히 사고 당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포우망은 의족을 착용한 채 시축해 관중의 눈시울을 적셨다. 관중은 샤페코엔시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환호했고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바르셀로나는 경기 수익금을 샤페코엔시 재건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이날 샤페코엔시는 0대 5로 완패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관중은 멋진 골을 쏟아낸 바르셀로나와 감동을 안겨준 샤페코엔시에 똑같이 큰 박수를 보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